길거리 사진, 즉 카메라를 들고 정처 없이 걸으며 찍는 사진의 매력은 '벼락같은 장면'을 만나는 데에 있다. 벼락같은 장면은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거나 인식하지 못했던 풍경을 우연히 발견하거나,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마주하는 장면을 말한다.
운동과 사색을 위해 안양천 변을 자주 걷는다. 대개 오목교에서 안양천과한강이 만나는 합수부까지 왕복하곤 한다. 잘 닦여진 산책길을 걸으며 음악을 듣고 사색에 잠긴다. 그리고 마음에 와닿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곤 한다. 예전엔 dslr를 가지고 다녔는데, 요즘은 가벼운 산책을 위해 28mm 콤팩트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아무래도 카메라 없이 그냥 나가긴 아쉽기 때문이다. 기회가 많지 않지만 벼락같은 장면을 만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지난 일요일, 한강 합수부에 가까워지는 데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간간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 개의치 않고 계속 걸었다. 그런데 합수부에 이르자 갑자기 폭설로 변했다. 거기에 강풍까지 부니 안경에 눈발이 부딪쳐 시야를 가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희미한 시야 앞에 벼락같은 장면이 나타나지 않는가! dslr이 아니라 아쉬움이 있었지만 28mm로도 충분히 멋진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땐 전혀 기대하지 않은 사진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이래서 산책 나갈 때는 작은 똑딱이라도 꼭 챙긴다.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