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카페 '창의문 뜰' 초대 이호준 사진전(5.7~6.1)
누구나 인생에서 여러 시절(時節)을 거친다. 유년 시절, 학생 시절, 군대 시절, 직장 시절 등 일종의 성장 단계 같은 각기 다른 시간을 보낸다. 다행히 나는 무난하고 평온하게 이런저런 시절을 지나온 것 같다.
결정적인, 큰 변화를 동반한 시절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제 곧 32년간 몸담았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하고, ‘무소속의 삶’을 마주하게 된다. 두려움과 걱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기대감도 있다. 오랜 시간 수고한 나를 격려하며,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절이 가져다 줄 행복한 삶을 그려본다. 그 자리에 사진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절 전환을 앞두고 또 한 번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지난 10여 년 간 찍어온 사진들 중 특히 마음에 남는 작품들을 골랐다. 대부분 이미 공개했던 사진들이다. 작년에 더 이상의 개인전은 개최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되뇌었는데, 결국 약속을 깨고 말았다. 사진은 내 동반자이고, 출사는 정신적∙ 물리적으로 나를 제3지대로 이끄는 의식이다. 사진가의 전시본능이 다시 발동했다고 생각해 주기 바란다.
다가올 새로운 시절에는 가급적 소박하고 일상적인 장면들을 많이 찍고 싶다. 가벼운 콤팩트 카메라나 미러리스 카메라가 나의 사진 여행길에 동행할 것이다. 사람 내음 물씬 풍기는 소소한 생활 속 장면, 사라져 가는 삶의 정취와 풍화의 흔적을 담고 싶다. 그동안 내 사진을 응원하고 격려해 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진이 있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