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2025.07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시대, 우리는 더 빠르고 효율적인 삶을 추구한다. 손끝으로 무한한 이미지를 만들고 삭제하며 손쉽게 편집하는 디지털 사진처럼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속도로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요즘 20~30대 여성들은 투박하고 오래된 감성을 품은 필름 사진에 매료되고 있다. 왜 디지털 기술에 가장 익숙한 세대가 필름이라는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방식에 열광하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투명하고 즉각적인 삶에 지쳤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남보다 한 걸음만 늦어도 불안해지는 시대. 그 안에서 ‘느림’은 소리 없는 저항이 된다. 필름 사진을 향한 이들의 사랑은 그 자체로 속도 중심 사회에 던지는 작고 단단한 반론이다. 불확실함을 감내하고 기다림을 견디며 그 안에서 진짜 ‘지금’을 살아내는 방식인 것이다.
# 사진: 흑백필름 통, 문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