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2025.08
매서운 추위와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 등산을 해본 사람은 안다. 어리석은 시도로 보이지만, 경험해 보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란 걸. 그 비결은 숲과 골짜기 덕분이다. 큰 산에는 하늘을 가릴 듯 울창한 숲과 수량이 풍부한 깊은 계곡이 자리한다. 산에 오르기 전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막상 숲과 골짜기에 들어서면 추위와 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산에 오른다’는 말보다 ‘산에 들어간다’는 표현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산이 높고 깊을수록 외부의 날씨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어느 시점까지는 ‘큰 사람’ 곁에 있는 것이 좋다. 대개 부모가 그 역할을 담당하지만, 성장하면서 스승이나 선배, 친구들로 범위가 넓어진다. 그런 이들을 곁에 두면 어려움과 고통이 닥칠 때 위안과 힘을 얻을 수 있다. 고민을 들어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며,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이 ‘큰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관계는 선순환하고, 세대를 넘어 지혜와 지식이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하지만 요즘은 ‘큰 사람’과 ‘어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사람들이 의지할 곳을 찾기 어렵고 외로움에 시달리는 일이 많아졌다. 그렇다면 과연 기존의 ‘큰 사람’을 무엇이 대체할 수 있을까. AI의 눈부신 발전 앞에서, 문득 인간의 자리를 상상하게 된다.
# 사진: 인왕산, 설악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