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2025.05
세상은 수많은 길로 이루어져 있고,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사람들이 움직이고 삶과 문화가 이동한다. 로마가 길을 만드는 데 집착했던 이유를 알 듯하다. 모든 것이 길로 통하기 때문이다. 사진가들은 길을 사랑한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삶의 흔적, 정겨운 소품, 시간과 자연이 만들어낸 사물의 무늬를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표현하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모든 길이 사진과 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찻길이나 도심 속 대로에서는 셔터를 누를 일이 많지 않다.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무미건조한 느낌에 미학적 상상력이 좀처럼 발동하지 않는다. 자본의 아이콘만 무성할 뿐이다. 큰길 뒤편에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야 눈이 번쩍 뜨인다. 좁은 길, 주민들이 손수 가꾸고 청소하는 길, 어린이가 뛰어노는 길이면 더 좋다. 하지만 이런 길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길이 새로 만들어지고 이어지고 있지만, 정겨운 골목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세월에 풍화되고 퇴색되었지만 사람 온기 묻어나는 정감 있는 길을 더 자주 마주치고 싶은데 말이다.
# 사진: 제주 김녕, 서울 북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