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사회> 2025.09
사적 모임을 오래 지속하는 방법 중 하나는 만남에 드는 비용을 정확히 나누어 부담하는 것이다. 소위 ‘1/n’, 더치페이를 적용하는 것이다. 자신이 먹고 즐긴 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거의 없다. 씀씀이에 대한 부담이 적으니 모임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이러한 분담 원칙을 대화에 적용하면 어떨까?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말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삶의 지혜를 나누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모임에는 그런 욕구가 강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들이 대화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말솜씨 좋고, 내용도 유익한 편이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인 대화가 지속되면 모임은 오래가기 어렵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듣기만 하는 사람들은 점차 피로감을 느끼고 대화 분위기가 불편해진다. 그래서 대화에서도 ‘1/n’, 더치페이가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계층과 여러 연령대가 함께하는 모임일수록 대화의 균형 있는 분배가 중요하다. 하고 싶은 말이 많더라도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적정한 선에서 자신의 발언량을 조절하는 미덕을 발휘해야 한다. 나이나 사회적 지위가 대화의 우선권을 결정짓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경청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에 끼어들거나 갑작스럽게 화제를 돌리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말솜씨가 없어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털어놓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할 기회를 가로막는 사람들과는 함께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 사진: 나주 불회사, 담양 명옥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