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독을 원한 마음의 아침

<조용히 걷는 생각들> (1)

by 이호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밀려올 때가 있다. 특별히 나쁜 꿈을 꾼 것도 마음을 뒤흔들 만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어딘가 허전하고 마음 한켠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어제의 일을 떠올려본다. 오랜만에 유쾌한 모임에 참석해 다양한 사람들과 웃고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꽤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나는 조금 더 잘 보이려 애썼고 대화 속에서 밀리지 않으려 적극적으로 발언했던 것 같다. 약간의 과장과 허세도 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은 분명 즐거웠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자리에 있던 내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다음날 아침 찾아온 불안은 아마 그 여파일지도 모른다. 전날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채 새벽을 맞고 현실의 고요 속에서 감정의 반동이 일어난 것이다. 타인 앞에서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낸 뒤 밀려오는 피로감일 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언제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화는 유쾌하지만 그 끝에는 조용한 피로가 남기도 한다. 그 피로를 어루만지는 건 자발적 고독이다. 홀로 있는 시간 속에서야 마음은 제자리를 찾고 내면의 리듬이 다시 고요히 돌아온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조율하는 일, 흩어진 나를 다시 모으는 과정이다.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만남보다 혼자가 더 큰 위로가 된다. 오늘 아침의 불안은 어쩌면 마음이 조용히 혼자 있기를 원하고 있다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더치페이 대화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