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걷는 생각들> (5)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존경하는 대상을 품고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스승을 떠올리고, 직장에서는 선배나 상사를 바라본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작가나 연주자, 혹은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낯선 시선의 소유자로부터 배움을 얻고자 한다. 우리는 그들의 성취와 인간적인 면모를 흠모하며, 언젠가 자신도 그들처럼 성장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존경의 감정은 균열을 맞기도 한다. 말과 행동이 어긋나고 품격보다 잇속과 이기심이 드러날 때, 그동안 쌓아온 존경심이 서서히 식어감을 느낀다. 특히 예술가에 대한 존경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크게 느끼게 한다. 아름답고 섬세한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에 걸맞은 고결한 성품을 지녔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이들이 인간관계에서는 아집과 괴팍함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작품과 작가의 인격을 동일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예술은 창작의 결과물이며,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실망이 스며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하며, 그 예술을 만든 사람의 태도는 작품의 감상에 영향을 미친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위대한 사람들은 거의 항상 매우 친절하며, 과하게 나서지 않는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관대하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위대함은 실력이나 명성뿐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오만과 무례는 아무리 찬란한 예술이라도 그 가치를 흐리게 만든다. 진정한 예술은 탁월한 성취 위에 인간적인 품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