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걷는 생각들> (4)
집주변에 쉽게 갈 수 있는 출사지 하나쯤 만들어두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목동에 살 땐 안양천이 그랬고, 지금 부암동에선 을지로와 종로의 골목길이 그렇다. 버스 한 번이면 닿는 거리,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카메라를 들고 나설 수 있다. 그동안 수십 번은 갔을 것이다. 그런데도 늘 새롭다. 같은 길, 같은 벽, 같은 간판인데도 시간대와 빛의 방향 그리고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항상 새로운 피사체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도 그랬다. 별 생각 없이, 그냥 걷고 싶어서 나섰던 골목길 산책. 그런데 뜻밖의 순간에 멋진 장면을 만났다. 짜릿한 손맛, 셔터를 누르는 그 찰나의 전율. 그렇게 몇 장의 사진이 하루를 통째로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길거리 사진은 결국 ‘발견’이라는 걸 다시금 느낀 하루였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 그 쾌감에 나는 골목길을 걷는다.
# '전자공구' 컷은 사장님께 양해를 구한 것이다. 흔쾌히 촬영을 허락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