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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하다 Sep 25. 2021

오토바이

N 개의 스토리텔링



"서 이유! 너 '베스파'는 어디다 두고 '야마하 비노' 타고 왔냐?"


"야, 말도 마! 내 거는 어제 고딩 동생이 코너 돌다가 슬립해 먹으셨단다."


"그래서 어머님 꺼 타고 나왔구나? 근데, 원이가 미끄러져? 네 가족 중에는 최고로 잘 타지 않냐?"


"그러게 말이야... 다행히 원이는 타박상 말고는 멀쩡하고, 스쿠터는 카울이나 머플러만 손 좀 보면 되겠더라고."



편의점에서 오랜만에 진솔이를 만나 함께 나오는 길이다.



"그 얘기 들었어?"


"뭘?"


"어제. 너희 동생이 다니던 학교에 불났었잖아. 같은 재단인 옆 중학교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옮겨붙었다고 하던데?


동생이 아무 말 안 해?"


"응... 전혀."



사춘기를 뒤늦게 격하게 겪고 있는 이원이는 요즘 부쩍 말이 줄었다. 어제는 급하게 쓸 일이 있다며 막무가내로 바이크를 빌려 가더니 내 소중한 바이크에 깊은 상처를 달고 왔었다. 다친 데는 없는지와 더불어 잔소리를 퍼부을 참에 '안 다쳤고, 미안.'이라는 말만 남기고 자기 방문을 사정없이 닫고 들어가던 녀석이었다.



'아니, 화낼 사람은 나인데. 저 버르장머리 없는 태도! 하... 입만 살아있던 녀석이 입을 닫아 버리니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어.'



혼자 걱정하고 열불 내던 어제 늦은 저녁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구멍에서 뭔가 튀어나올 듯 따끔거리고 화가 난다.



바이크를 타고 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길, 50m 앞 오픈된 대문 대신에 엄마의 수집품인 클래식 바이크 4대가 줄지어 대신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바이크 모양의 대문 같은.



"엄마! 저 왔어요. 아빠는 오늘도 늦는다고 하던데..."



말을 끝맺기도 전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늘 평소와 다름없이 내 귀가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당장이라도 침샘을 자극하는 기분 좋은 음식 냄새들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현관문 사이로 특유의 꽃게탕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하며 조금 늦어진 귀가를 반기는데, 연이어서 들려야 할 가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폭풍이 집안을 휩쓸고 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제 자리를 잊은 물건들과 가구들이 나뒹굴었고 엄마가 늘 즐겨 쓰시던 앞치마에는 혈흔이 잔뜩 묻어 더러워진 채 엎어진 소파 위에 있는 것으로 엄마의 흔적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맞닥뜨린 눈앞의 광경이 믿어지지 않아 질러야 할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아...' 외마디 마음속 비명인지 순간의 깨우침인지 모를 말을 삼키며 단층 주택의 가장 안쪽 방에 있을 동생을 찾아 내달렸다. 곧게 달리다가 왼쪽만 꺾으면 있어야 할 동생의 방문은 바닥에 박살이 된 채 누워 있었고 동생이 늘 손에서 놓고 있지 않던 휴대폰은 액정이 나간 채 책상 아래로 떨어져 있었다.



"119. 톡톡톡, 아냐아니야. 112, 톡톡톡 톡, 아니야 아니야."



식은땀을 흘리며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는 손가락으로 키패드 숫자를 다급하게 눌리다가 말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어?, 이상한데? 왜? 신호가 안 가는 거지?"



몇 번이고 혼잣말을 떠들다가 키 패드를 여러 번 두드려 본다. 119나 112에도 신호가 가지 않는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거야!'



혼란스러운 와중에 누군가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도로가로 바이크를 타고 달려 나왔다.



'여기서 세 블록만 더 내려가면 진솔이 집이야. 일단 진솔이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어.'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라 서로의 집도 자주 오고 가며 가족같이 지내던 사이였다. 놀랄 대로 놀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좀 전과는 달리 헬멧 사이로 눈물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속단하지 말자. 엄마와 이원이는 어딘가에 계실 거고, 단지 연락이 안 되는 것뿐이고, 집에 강도라도 들었었는지도 몰라. 그래서 아마도 놀라서 다른 안전한 곳에서 놀란 마음 진정시키며 내 연락을 기다리고 계실 거야.'



그렇게 스스로 다독이며 정신 줄 잃지 않으려 단단히 마음먹으려 할 때 진솔이네 집 대문 앞이었다.



서둘러 인터폰의 버튼을 눌리려는 순간, 머리 위로 웅장하게 소리를 키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소 음의 높낮이와 말하는 방식이 달라 다른 사람 같은 음색의 목소리가 내 귀를 떼리지만, 분명 엄마의 목소리였다.



"이제 3번째 가상 체험 공간 게임을 종료합니다. 오래도록 현실의 기억을 잊은 채 머물렀던 공간의 시간만큼 코인이 지불됩니다.


현재 돌아온 기억은 코인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다음 게임을 원하시면 눈앞의 버튼(대문 인터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안녕하세요. '도하다'입니다.


오늘은 늦은 귀가가 있었습니다.


이놈의 바이크 때문이었기도 했지만, 바이크 때문에 15분 스토리텔링의 글감으로 어렵지 않게 선택하게 되었네요. 그냥 생각의 필터 없이 쓰는 글이라, 많이 부족합니다.


다소 이야기 속의 구멍이 여기저기 보이더라도 이해? 양해~ 부탁드립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끝내려고 하니, 제 심장이 빨리 뛰는 듯한 착각이 일어나네요.


그럼에도, 누군가가 읽어 줄 거라는 기대감에 심장이(마음이) 동시에 설레기도 합니다.



짧은 이야기를 끝맺는 손꾸락은 여전히 오글 거리지만 그럼에도 퇴고 없이 글을 올려 봅니다.


별것 아닌 글이지만 특별☆한 글을 읽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도하다의 소설 속 메시지 친절한 알림.


'당신이 보고 느끼는 공간이 현실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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