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역량을 가진 김과장과 최과장. 어느 날 이들의 상사는 김과장을 불러 ‘핵심인재 교육’에 참여하도록 지시했고 최과장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그 후, 김과장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냈다. 상사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며 기대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신이나 더 열심히 일한 것이다. 그렇다면 김과장과 달리 상사에게 인정 받지 못한 최과장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김과장에게 일어난 일처럼 타인의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을 받으면 실제로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진다. 이런 걸 바로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상사의 관심과 기대가 모두 김과장에게만 향하고 있을 때, 남은 최과장의 심정은 어땠을까? 거기다 만약 상사가 최과장을 평소에 못미더워 하며 그가 하는 일마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핀잔을 줬다면?
이럴 경우, 최과장은 ‘골렘 효과(Golem effect)’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이는 피그말리온 효과와 반대로 타인의 부정적인 기대와 관심이 실제로 낮은 성과와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골렘(Golem)이란 유대인들의 신화에 나오는 일종의 인조인간을 말한다. 이 골렘은 자신을 만든 주인의 말을 충실히 따르지만, 만일 주인이 자신을 자칫 잘 못 관리하면 잔인하고 난폭한 괴물로 변해버린다고 한다.
직원도 마찬가지다. 만약 리더가 특정 직원에 대해 낮은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이 직원은 실제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별 볼 일 없는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게다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장 프랑수아 만조니(Jean Francois Manzoni)교수에 따르면 이 골렘 효과에는 한번 시작되면 빠져 나오기 힘든 ‘잔인한 사이클’이 있다고 한다.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자.
(1) 잔인한 사이클의 시작은 상사의 눈에 한 직원의 작은 실수가 포착되는 순간부터 이다. 상사는 그때부터 ‘저 친구는 일을 잘 못하는 것 같아’라고 여기며, 앞으로 이 직원을 좀 더 체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2) 이렇게 상사의 간섭이 시작되면 직원은 상사가 자신을 못 믿는다고 생각해 의욕을 잃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성과도 떨어진다.
(3) 이걸 본 상사는 그의 업무에 더욱 개입하기 시작한다.
(4) 이제 사사건건 간섭을 당하게 된 직원은 이제 반항심까지 느끼고 되고, 업무를 더 소홀히 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며 자신감도 잃는다. 그 결과 성과는 정말 바닥을 치게 된다.
(5) 이에 상사는 역시 이 직원은 무능력했다고 결론을 내려 버린다.
사실 리더가 여기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직원에 대한 부정적인 ‘추측’이다. 이는 사이클의 시작을 알리는 방아쇠가 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 추측이 가져오는 무차별적인 ‘간섭과 통제’이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이 두 가지 요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즉흥적인 추측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관찰하고 판단해야 한다. 일단 추측이란 게 시작되면 상사의 눈에는 이를 뒷받침 하는 증거만 쏙쏙 들어온다. 이런 현상을 ‘확증편향’ 현상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에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는 경향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 직원의 크고 작은 업무 실수는 물론, 못마땅한 언행이나 단정치 못한 옷차림까지 모두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이렇게 확증편향에 빠져 부하직원을 구렁텅이로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늘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무작정 ‘이과장이 요즘 업무에 집중을 못하는 것 같아. 이것 봐, 역시 그렇잖아!’라는 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진짜 이과장 개인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근태나 성과, 동료 평가 등 될수록 다양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죠. 일단 추측의 방아쇠가 당겨지면 골렘효과의 사이클이 돌아가는 것을 멈추기 어렵다는 사실을 늘 경계해야 한다
만약 객관적인 자료를 봐도 직원에게 문제가 있다면 리더는 당연히 직원관리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불러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간섭하는 것은 직원에게 무언의 비난으로 다가온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군’이라는 리더의 속 마음이 들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면 직원들은 골렘효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 리더는 먼저 해당 직원에게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직원 스스로가 문제 상황에 빠져있음을 확인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어떤 노력을 기울여 상황을 개선해 나갈 것인지 의논하는 것이다. 이때 리더는 자신이 앞으로 언제, 어떤 식으로 직원관리에 나설지 미리 알려 주는 것이 좋다. ‘앞으로 매일 저녁에 한 시간씩 업무 진행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직원의 감정을 배려하고, 리더 자신의 역할까지 포함한 긍정적 관여는 골렘효과 없이 직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국내 한 취업포탈 사이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상사에게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 1위가 바로 ‘자네라면 잘 할 거야’(27.3%)라고 한다. 이젠 1)직원에 대해 섣부르게 판단하지 마시고 2) 간섭보다는 긍정적인 관여를 해자. 구성원들이 피그말리온의 사랑으로 생명을 얻은 아름다운 여인상이 될지, 아니면 난폭한 진흙인형 골렘이 될지는 리더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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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의 마이크로러닝 컨텐츠 '비즈킷'을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