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퍼지는 불확실성과 부정적 감정의 전염은 조직을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통제할 수 없는 위기 상황, 실직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곤두박질치는 실적에 대한 압박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저앉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많은 성공한 리더들은 이전보다 더 자신을 몰아붙이는 경향이 있다.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자신과 타인에게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을 통제하려는 경우도 흔하다. 조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와 세부 사항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책임을 느낀다. 과연 이것이 불안에 떠는 사람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일까?
임상심리학자 Alice Boyes는 “이들은 1차 대안 뿐 아니라 2차, 3차, 4차 대안까지 생각해 둔다. 우리는 흔히 이런 방식을 ‘올바른 직업윤리’로 여긴다. 하지만 완벽주의와 과로가 오히려 자신과 타인이 느끼는 불안을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미국의 HeartMath 연구소는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피로감이 누적되고 집중력이 떨어져 업무능력이 낮아지고 인간관계도 병들게 된다고 경고한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은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슴에 통증이 생기거나,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 어깨 근육이 긴장되고, 위장 장애가 생기고, 불면증이 생기기도 한다. 갑자기 짜증이 나거나 집중력이 감퇴하고 감정 표현의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증상 중 하나다. 그럼에도 회사 상태가 급박하다는 이유로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불안 속에서 효과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리더 본인이 개인적 불안을 해소하고 스스로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 먼저다.
회복탄력적 리더십은 리더가 스스로의 상태를 인지하고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서 시작된다. 에너지란 어떤 의미일까? 에너지 레벨이 높을 때와 낮을 때를 구분해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에너지 레벨이 높을 때 행복하고, 건강하고, 열정을 느낀다. 반대로, 에너지 레벨이 낮은 상태에는 우울하고, 기운이 없고, 모든 것이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다.
리더십 코치 Francesca-Guilia Mereu에 따르면 개인의 에너지는 육체Physical, 정신Mental, 감정Emotional, 영적Spiritual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먼저, 육체 에너지는 영양 섭취와 수면, 매일의 재충전, 운동을 포괄하는 신체적 건강을 말한다. 정신 에너지는 맑은 정신 상태로 집중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감정적 에너지는 감정 조절 능력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영적 에너지는 근본적인 목적의식 혹은 목표의식을 뜻한다.
사람마다 특정 상황에서 특정 영역의 에너지가 더 빠르게 고갈되거나 충전된다. 예를 들어, 감정노동이 심한 상황에서는 육체적 에너지는 충분하지만 감정적 에너지가 빠르게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 그리고 4가지 에너지 영역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영역이 무너지면 다른 영역도 타격을 받게 된다. 리더는 자신의 에너지 다이내믹스를 이해하고 균형 있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에너지 영역이 가장 약하거나 혹은 강한지, 어떤 상황과 사람이 나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지, 수면이 부족하면 모든 에너지 영역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리지는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긴장감, 경직, 두통 등 몸과 마음은 위기 상황에서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지만, 우리는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미리 알아차리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은 일종의 ‘조기경보시스템’과 같다. Harvard Business Review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몸의 각 부위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의식적으로 느껴보라고 제안한다.
오전 9시, 정오, 오후 3시, 저녁 6시에 어떤 기분이 드는가? 하루를 보내는 동안 몸이 변한다는 느낌이 있는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의 특정 부위가 반응하는가?
일주일에 몇 번이나 술, 약, 근육이완제, 처방전이 필요 없는 진통제 등에 의존하는가?
운동 후 몸이 다르게 느껴지는가? 어깨가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드는가?
주말에, 혹은 즐거운 활동을 할 때 몸이 어떤 느낌을 받는가?
일상의 결정이 자신의 에너지 레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는 리더는 자신의 ‘연료 탱크’를 늘리고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다. 리더가 에너지를 빠르게 충전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을 생각해 보자.
리더십을 좌우하는 수면의 질
Amazon CEO, Jeff Bezos는 “8시간 수면이 나의 경쟁력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수면 시간을 우선으로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현실은 어떨까? Creative Leadership Center가 2017년에 실시한 국제 연구에 따르면, 리더의 42%는 하루 6시간도 채 못 잔다고 한다. 수면 부족은 판단력 저하, 자제력 부족, 창의력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것은 개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리더의 수면 부족은 구성원의 능력과 성과도 줄어들게 한다. 수면이 부족한 리더는 참을성이 없고, 예민하고, 적대적이어서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게다가 수면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리더는 구성원의 수면 부족을 유도하기도 한다. 가령, 밤잠을 안 자고 일하는 직원을 격려하거나, 한밤중에 보낸 이메일에 답장하지 않은 직원을 비난한다면 어떨까? 구성원은 이런 신호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자기 행동을 이에 맞추는 모습을 발견했다. 따라서 리더 본인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할지라도 구성원들에게는 좋은 수면 습관을 권장해야 한다. 부득이 새벽 3시에 이메일을 작성해야 한다면, 예약발송 옵션을 사용해서 근무 시간내 전송하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야근을 피할 수 없더라도, 바람직하다고 여기지는 말아야 한다.
수면의 질과 양을 높이는 방법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제대로 실천하지는 않는다. 불안에 빠진 리더는 의도적으로 생각의 고리를 끊고 조직의 성과를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잠자기 7시간 전에는 카페인을, 3시간 전에는 술과 담배를 피해야 한다.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파란 빛은 수면에 필요한 멜라토닌 생산을 방해하므로, 파란 빛을 걸러내는 안경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루틴 설계
위기 상황에는 리더의 온 신경이 사업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것이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높여 오히려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심리적 압박감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면 오히려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시간을 30분 단위로 체계화하고, 상세한 일정을 작성해 본다. 전문가들은 이를 ‘타임 박싱Timeboxing’이라고 하는데, 할 일 리스트와 스케줄을 짜는 행위는 불안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리고 이 때 일로만 스케쥴을 채우지 말고, 멍 때리기, 명상, 간단한 스트레칭 같은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고, 매일 실천해야 할 습관으로 만든다.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을 매일 꾸준히 실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매일 점심시간마다 한 시간씩 산책을 하는 행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키르케고르와 독일의 철학자 니체 역시 매일 규칙적인 산책에서 우울증 치유 효과를 발견했다. ‘의례Ritual’의 효과를 성과로 연결시킨 기업도 있다. Sony Pictures는 2007년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 재충전과Energy Building’과 ‘의례 재구성’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프로그램 도입 후 참가자의 88%가 업무 집중력과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으며 90% 이상이 매일 더 활기차게 일할 수 있게 됐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Sony Pictures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금융 위기와 경기 침체에도 최고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너덜해진 멘탈을 치유하는 마음챙김
스트레스, 피로, 두려움, 불안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리더들은 무작정 밀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즉, 감정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억압된 감정이 나중에 역습을 할 수도 있다.
심리학자 Angela Neal-Barnett은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불안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분이 나빠’라고 하는 대신 ‘슬프다’, ‘외롭다’, ‘죄책감이 든다’, ‘두렵다’처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두려움과 불안이 주는 불편함을 통제하거나 외면하지 않도록 한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기차라고 생각하고, 이 기차가 오고 가는 것을 보며 “불안아, 어서와. 두려움아, 나중에 또 만나”라고 말해본다.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그 감정의 원인이 무엇인지 끈질기게 추적해 본다. 불안을 자극하는 요소는 의외로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먼 과거로부터 이어진 희미한 트라우마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현재의 감정 상태나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실제 원인에 대해 이해하면, 불안에 장악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괜찮다. Harvard 의대 심리학자 Rebecca Harley는 “모든 걸 마법처럼 완벽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진짜 목표는 고통의 파도에 몸을 맡기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설령 상황이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해도 잘한 부분을 스스로 칭찬하라”고 강조한다. 불안은 완전히 박멸될 수도 없고 박멸되어서도 안된다.
<References>
Harvard Business Review, “Finding Resilience”, August 2020
Harvard Business Review, “A Guide to Building a More Resilient Business”, July 2020
Harvard Business Review, “5 Questions That Virtual Leaders Should Ask Themselves” May 2020
McKinsey Quarterly, “Your organization is grieving—here’s how you can help”, September 2020
McKinsey Quarterly, “The CEO moment: Leadership for a new era”, July 2020
McKinsey, “To lead in the postcrisis tomorrow, put leadership and capabilities in place today”, July 2020
McKinsey, “How to communicate effectively in times of uncertainty”, June 2020
Deloitte, “The heart of resilient leadership: Responding to COVID-19”, March 2020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 “The #1 Reason You Are Stressed and How to Change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