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은 아주 흥미로운 기밀 문서 하나를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문서의 제목은 “조직을 망가트리는 간단한 현장 매뉴얼(Simple Sabotage Field Manual)” 이었는데요. 그대로만 따라하면 경쟁 국가에 잠입한 스파이가 조직 전체를 서서히 망하게 할 수 있는 행동 가이드를 담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모습이 가장 파괴적인 방해 방법으로 적혀 있습니다. 바로 ‘최대한 자주 회의를 소집하라.’ 입니다.
최근 직장인 대상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명 중 2명이 주 5~7회, 혹은 7회 이상 회의를 한다고 답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직장인들이 잦은 회의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건데요.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회의에 끌려다니다 보니, 정작 맡은 업무를 할 시간이 없어 초과근무 하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이런 불만 때문에, 몇몇 기업에서는 회의 횟수, 회의 시간을 제한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타이머를 도입하거나, 회의 없는 날을 지정해 업무 몰입 시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근본적인 회의의 만족도를 높여주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시간만 줄어드니, 오히려 의미 있는 소통을 할 시간은 더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회의에 불만족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명확한 결론이 없어서’, ‘진행 방식이 미숙해서’, ‘상급자 위주의 수직적 분위기여서’, ‘불필요한 자료 준비 등 시간이 오래 걸려서’ 등 많은 의견이 있지만, 결국 한 가지로 요약하면 ‘업무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가지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회의는 ‘집단 지성’을 위한 자리라는 것입니다. 즉, 모든 참여자가 각자 자기만의 생각을 가져와서 적극적으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하죠. 특정한 사람만 말한다거나, 아무도 의견을 낼 수 없는 문제에 대해 붙잡고 있거나, 배경을 모르는 참여자들을 위해 제반 상황을 설명해주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생산적인 회의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집단 지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회의를 위한 팁,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분위기 조성’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두가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하려면, 자유롭고 수평적인 문화는 필수입니다. 둘째, ‘목적과 주제’가 명확하게 공유되어야 합니다. 목적이 불분명하면 회의 내내 ‘그래서 왜 모인 거지?’만 생각하다 방향을 잃게 되기 때문인데요. 특히 사전에 미리 공지해야 참여자가 더 좋은 의견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셋째, 참여자를 ‘선택과 집중’해야 합니다. 다양한 입장을 듣겠다는 이유로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무분별하게 참여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주제에 대한 이해가 낮아 좋은 의견을 얻을 가능성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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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M의 뉴스레터 '시금치'를 정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