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4시간이 부족한 리더들. 하버드대와 런던정경대가 공동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리더들은 하루 일과의 3분의 1을 회의를 하는 데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간으로 따지면, 일주일에 평균 21시간이 넘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회의에서 어떤 모습인가요? 어떤 스타일로 회의를 이끌고 계신가요? 직원들에게 최대한 발언권을 주면서 주로 듣기만 하는 편인가요, 아니면 전면에 나서서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끄는 편인가요? 어느 한 쪽이 더 낫다고 할 순 없습니다. 다만 회의의 목적에 맞게 회의를 진행시켜야 하는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회의는 성격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회의이고, 다른 하나는 의견을 조율하는 회의입니다. 전자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다양한 생각을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지요. 후자는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 즉 무엇이 가장 최선의 선택인지를 논리적으로 검증하고 추려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의 성격이 크게 다른 만큼, 회의를 진행하는 리더의 스타일도 바뀌어야 합니다.
먼저, 아이디어 회의 때는? ‘자유방임형 리더’가 되십시오. 즉, 리더가 전면에 나서서 의사결정을 내리려 하지 말고,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잘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하라는 거죠. 왜일까요? CEO의 판단이 너무 강하거나 지나치게 논리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는 창조적 사고와 연관된 우뇌가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GM의 회장이었던 알프레드 슬론(Alfred Sloan)은 회의 때마다 안건을 소개하는 역할만 할 뿐, 자신이 직접 의견을 주장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고 합니다. 리더가 말을 많이 할수록 직원들이 입을 닫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와 함께 아이디어 회의 때마다 리더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바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마구 솟아낼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죠. 이를 위해 윤석금 웅진그룹 전 회장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바로, 직원들이 마시든 안 마시든 따뜻한 커피를 손에 쥐어 주는 겁니다. 윤 전 회장은 지나치게 딱딱하고 사무적인 분위기 속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에 심리적으로 보다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죠.
한편, 창조적인 생각을 자극하기 위해 엉뚱한 질문을 던지는 리더도 있습니다. 미국의 첨단제품 생산업체 에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의 CEO였던 찰스 나이트(Charles F. Knight)는 회의 중간에 의도적으로 황당하고 비논리적인 질문들을 던졌다고 합니다. 설령 직원의 아이디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하더라도 말이죠. 예를 들어, 어느 직원이 게임 기능이 들어간 TV를 생각해 냈다고 하죠. 그러면 찰스 나이트는 운동 기능이 있는 TV를 만들 수 없냐며 엉뚱한 질문을 하는 거죠. 이는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자극제가 되었죠.
또한, 창조적인 디자인으로 여러 번 세계를 놀래킨 ‘IDEO사’의 경우, CEO가 나서서 자유로운 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설령 직원들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 놓는다 하더라도 무안을 준다거나 비판을 하지 않지요. 또한 회의실 중간에는 종이가 겹겹이 쌓인 테이블을 놓아두었는데요, 직원들은 회의 중간에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 두거나 낙서를 하면서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를 떠 올리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때는 논리력과 비판력으로 집요하게 파고 드는 ‘카리스마형 리더’가 되십시오.
리더가 나서서 철저한 검증과 논리적 사고를 강요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주구장창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만 얘기하다가 회의 시간만 늘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이건희 삼성전자 전 회장은 중차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회의 때마다 카리스마형 리더로 변신했다고 합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매주 열리는 최고경영자 회의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잘 없었다고 합니다. 평소에 직접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일도 극히 드물었죠.
그런 그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회의를 소집할 때면, 그야말로 회의실 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임원들은 이 회의에서 실수 없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보고서를 올려야 하기 때문이죠.
이 때만큼은 이 전 회장도 3~4시간 동안 깐깐한 지적들을 쏟아내는데요.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최소 6번 이상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즉, ‘왜 그 사업을 해야 하는가, 왜 그 지역에서 해야 하는가, 왜 그 시기에 시작해야 하는가, 왜 그 사람이 필요한가, 왜 그만한 비용을 들여서 해야 하는가, 어떤 목적에서 이 일을 시작해야 하는가’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때 주의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리더가 지나치게 카리스마를 내뿜다 보면, 자칫 만장일치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노엘레 노이만(Noelle-Neumann)에 따르면, 사람들 안에는 집단에서 소외되기 싫어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설령 반대 입장이더라도 지배적인 여론이 찬성이라면 그냥 침묵하고 동조해 버린다는 거죠. 더욱이 리더가 주도적으로 회의를 이끌게 되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에 인텔의 전 CEO였던 앤디 그로브는 특별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혹시 데블스 애드버킷(devil's advocate)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이 말은 ‘악마의 대변인’ 정도로 직역할 수 있는데요, 이는 모든 사항에 대해 반대 의견만 내는 사람을 뜻합니다. 엔디 그로브는 별다른 의견 없이 회의가 한쪽 방향으로 흘러간다 싶으면, 어김없이 비판적 성향이 강한 데블스 애드버킷을 불러다 놓고 이야기하게 했다고 합니다. 그의 역할은 합의된 사항에 대해서도 끝까지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일인데요, 이를 통해 섣불리 만장일치를 하는 일이 없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회의 진행 스타일은 주로 자유방임형인가요, 아니면 카리스마형인가요? 만약 지금까지 어느 한쪽 스타일만 고수해 오셨다면, 지금부터라도 회의의 성격에 맞게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는 리더가 되어 보시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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