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테이블에는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특히 서로 원하는 게 정면으로 충돌할 때는 더욱 그렇죠. 양 쪽 다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상황,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협상상대가 제시한 ‘요구(Position)’의 뒤에 숨겨진 ‘욕구(Interest)’가 뭔지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한 사람이 여러분의 가게에 들어와 ‘콜라 한 병 주세요’라고 했다고 하죠. 이때 ‘콜라를 달라’는 게 그가 제시한 요구입니다. 그런데 마침 가게에는 콜라가 떨어진 상태였죠. 만약 여러분이 손님의 요구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콜라 없습니다’라고 할 거고, 이 협상은 여기서 끝나버릴 겁니다.
하지만 요구가 아닌 욕구, 즉 그런 요구를 하게 된 이유에 초점을 맞춘다면 얘기가 달라지는데요. 손님의 욕구는 뭘까요? 아마 ‘목이 말라 시원한 청량음료를 마시고 싶은’ 마음일 겁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면 여러분은 ‘콜라는 없지만, 시원한 사이다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죠. 사이다로도 충분히 목을 축일 수 있으니 손님은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을 테고요. 즉, 협상이 타결 되었겠죠.
왜 요구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욕구에 집중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시나요?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요구하는 게 아니라, 결국 이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요구한다는 점을 꼭 명심하셔야 하는 건데요.
한 건설회사와 정부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건설사는 자신들이 사들인 남산 부지에 20층짜리 건물을 짓겠다고 하고, 정부는 그 곳엔 절대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막고 나선 거죠. ‘난 꼭 지어야겠다. 우린 허가 못한다’ 절대 결판이 날 것 같지 않은 상황,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사실 이 얘기는 故 정주영회장이 현대건설을 맡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회사와 정부의 요구사항이 정면으로 부딪치자 정회장은 양측의 욕구가 뭔지 따져보기 시작했죠. 정회장에게는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서 남산 부지에 20층 높이의 전경련 건물을 올려 그 위상을 드높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습니다. 그럼 정부의 욕구는 뭐였을까요? 바로 국방 상의 문제 때문이었는데요. 남산 중턱엔 항공 방위를 위한 포대가 있었는데, 20층 건물이 들어서면 포를 쏘기 위한 시야가 확보가 안 된다는 거죠.
정회장은 양측의 욕구를 모두 만족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기막힌 대안을 마련했는데요. 그 부지에 20층 건물을 짓는 대신 포대 위치를 건물보다 높은 곳으로 옮겨 준다고 제안한 거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포대의 시야가 가려지지 않으니 정부가 이들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거기다 포대는 사실 높은 곳에 있을수록 좋기 때문에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죠. 결국 정회장은 원하던 부지에 20층짜리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요.
상대와 우리가 원하는 게 정면으로 부딪쳐 협상을 이어가기 힘드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이 상대의 요구에만 집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세요. 요구가 아닌 욕구에 초점을 맞추고 이걸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때, 꽉 막혔던 협상에도 출구가 보일 겁니다.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상대방의 ‘욕구’부터 파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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