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콘크리트 공장은 B사에 레미콘(ready-mixed concrete)을 대고 있는데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콘크리트 원가가 계속 올라 납품가 조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고민 끝에 A공장은 B사에 가격을 올려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B사, 더 싼 가격을 제시한 다른 공장과 거래하겠답니다. A공장은 B사를 놓치고 싶진 않지만, 그 가격으로 팔았다가는 남는 게 없을 것 같은데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라’는 상대의 요구를 절대 들어줄 수 없는 상황, 어떻게 해야 할까요?
A공장은 레미콘을 좀 더 싸게 사서 ‘경제적 이득’을 보겠다는 거래업체 B사의 욕구는 채워줄 수 없었습니다. 손해보고 장사를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거래처를 놓칠 순 없죠.
고민하던 A공장은 B사에 더 싼 가격을 제시한 콘크리트 공장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한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공장이 B사로부터 꽤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인데요. 사실 레미콘은 운반 시간이 길어지면 중간에 굳어버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품질이 떨어지는 거죠. 거기다 운반 중 길이라도 막혀버리면 큰일입니다. 약속된 시간에 레미콘을 못 부으면 현장에서 그 다음 단의 작업을 할 수 없게 돼, 공사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레미콘 작업에서는 시간 지키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지죠.
A공장은 이 점을 들고 협상에 나섰습니다. 자신들을 선택하면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이런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국 A공장은 그들이 원하던 인상된 가격으로 B사와의 재계약에 성공했습니다.
A공장은 B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B사의 마음 속에 잠자고 있던 또 다른 욕구인 ‘리스크 관리’를 건드렸는데요. 이처럼 상대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욕구를 ‘숨은 욕구(hidden interest)’라고 합니다.
협상상대의 마음 속에는 이렇게 당장 인식하고 있는 욕구(main interest) 이외에도 여러 가지 욕구가 있는데요. 가령 리스크라던지 명예, 가족에 대한 사랑 같은 것도 있을 수 있겠죠. 어떻게 해도 당장 상대가 원하는 욕구를 채워줄 수 없는 상황이면, 이 숨은 욕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숨은 욕구가 상대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여러분이 그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거죠. 그럼 상대의 마음 속에서 숨은 욕구와 메인 욕구가 경쟁하게 돼, 채워줄 수 없던 메인 욕구를 어느 정도 약화시키게 됩니다. 즉, 숨은 욕구는 요지부동이던 상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는 건데요.
혹시 당신도 협상상대를 만족시킬 방법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콘크리트 공장이 그랬듯, 상대의 마음 속에 있는 ‘숨은 욕구’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해 주는 거죠. 모두에게 더 큰 만족을 주는 성공적인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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