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GM세계경영연구원 Aug 16. 2024

나라와 민족을 사랑한
기업의 탄생 스토리

동화약품, 을유문화사


회사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창업 스토리’가 있죠? 


그 이야기는 직원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회사의 정신을 결정짓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요. 여기, 그 창업 스토리가 더욱 빛나는 두 개 회사가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에서 온갖 핍박을 받으며 살았던 시절, 이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이뤄야 할 사명을 찾아서 기업을 세웠죠. 그리고 그 정신을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 두 기업을 함께 만나보시죠.






세 명의 독립운동가 CEO를 배출한 ‘동화약품’ 


1897년 설립된 동화약방은 한국 최초의 제약회사이자, 11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수 기업입니다. 우리에게 까스활명수라는 제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창업자인 민강 선생은 “우리 민족의 건강은 우리 손으로 지킨다.”는 사명을 가지고, 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동화’라는 회사 이름 역시, 민족이 합심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민족화합’의 정신을 나타낸 건데요. 이렇게 동화약품은 나라와 민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민강 선생은 직접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독립운동에 필요한 물질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는데요. 이 회사의 대표 제품 활명수가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중요한 자금 줄이 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10년 당시 60ml짜리 활명수 한 병 값은 50전이었습니다. 이건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먹을 수 있는 비싼 가격이었죠. 민강 선생은 이러한 활명수를 팔아서 번 돈의 일부를 독립운동 자금으로 지원했습니다. 또한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건너갈 때 돈대신 활명수를 휴대했다가 현지에서 비싸게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도움을 줬습니다. 


활명수의 초기 제품 모습 (출처: 동화약품)


이뿐만이 아닙니다. 동화약품은 독립운동의 거점도 마련해 줬는데요. 공장 내에 서울지역 연통부를 설치해줬습니다. 연통부란 국내 독립운동단체와 상해 임시정부를 연결하는, 비밀 행정부서를 말하는데요. 민강 선생은 이곳에서 행정 책임자를 맡아 국내외 연락을 담당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이렇게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창업 정신은, 이후 동화약품을 맡게 된 CEO들에게까지 이어져 갔습니다. 어려움에 빠졌던 동화약품을 인수한 5대 윤창식 사장은 민강 선생의 구국(救國)정신을 같이했던, 독립운동가였는데요. 민족운동 단체인 ‘신간회’에 자금을 지원하고, 빈민 계층을 돕는 ‘보린회’ 사업에도 꾸준히 참여했죠. 


7대 윤광열 사장도 “동화는 민족기업이라는 긍지와 인내를 갖고 살아온, 전통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경영기본 방침을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동화약품의 구국정신은 지금도 이어져 내려왔는데요. 현재도 '우리가 연 제약보국, 우리가 펼 인류건강'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민족기업으로서의 정신과 자부심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일제에 뺏긴 우리 말과 글을 되살린 ‘을유문화사’


을유문화사는 광복되던 해인 1945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창립자인 정진숙 선생은 집안 어른이었던, 독립운동가 정인보 선생의 조언에 영향을 받아, 출판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정인보 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말 우리글 우리민족의 혼을 되살리는 유일한 문화사업이 출판이다.


이에 정진숙 선생은 일제에 빼앗긴 우리의 문화와 언어를 복구하기로 결심했고, 을유문화사를 설립했던 것입니다.   


이 회사가 처음 발행한 책은 한글 글씨교본인 ‘가정 글씨 체첩’입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한글을 보고 따라 쓰면서 익힐 수 있게 만든 것인데요. 당시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8명이 문맹이었다고 합니다. 우리 글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역할을 했습니다. 


가정 글씨 체첩(출처: 을유문화사)


그 후 1947년부터는 ‘조선말 큰사전’ 편찬에 착수했습니다. 이 책은 조선어학회가 일제에 압수당했던 원고 2만6천5백여 장을 화물창고에서 기적적으로 찾아내면서 시작되었는데요. 10년에 걸쳐 완성된 이 책은 국어사전의 효시가 되었습니다. 


조선말 큰사전(출처: 을유문화사)


또한 을유문화사는 1954년부터는 12년에 걸쳐 ‘구미신서’ 시리즈를 발행했는데요. 한국전쟁이라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을 겪었던 지성인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서구 명저를 접할 수 있게 해서, 배움이라는 빛을 선물했습니다. 최근 몇몇 출판사들은 지나친 상업주의로 비난을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을유문화사는 여전히 창업 당시의 정신을 이어받아, 돈벌이보다는 좋은 책을 출판하려고 노력하는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두 기업의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이제 우리 이야기로 돌아와볼까요? 여러분의 회사에는 어떤 창업 스토리가 있습니까?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 담긴 정신은 여전히 잘 이어져오고 있는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환경에 발맞춰 가느라, 우리 회사의 정신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잠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브런치도 도움이 되었나요?

'지니어스ON'을 설치하시면 IGM의 인사이트를 가장 빠르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유저는 여기를,

iOS 유저는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작가의 이전글 스토리텔링을 넘어, 스토리두잉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