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주민들이 떠나가고, 도시 전체는 점차 황폐해져 갑니다. 플린트는 한 때 살기 좋은 지역이었는데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도시 경제의 원동력이었던 제너럴 모터스(GM) 공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 수많은 공장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플린트 출신의 한 청년은 GM이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GM 회장을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이 과정을 촬영한 영화가 바로, 미국 다큐멘터리 사상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로저와 나(Roger & Me, 1989)’ 입니다.
영화 속 GM 회장은 로저 스미스(Roger B. Smith)인데요. 그는 1981년 혼란기에 접어 든 GM에 부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이끈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대해진 부서들을 통폐합하고, 구성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내 상당 수 공장의 문을 닫고, 인건비가 싼 해외로 이전했습니다. 그리고 대규모 기술 투자를 단행해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화 공장을 지었습니다. 쏟아져 들어오는 값싼 일본차에 위협받던 GM을 살리기 위한 ‘하나뿐인 정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죠.
마구잡이식 부서 통폐합과 해고로 인한 경직된 조직문화는 GM이 오랜 기간 신차를 내놓지 못하게 만들고 말았죠. 게다가 기술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은 공정 자동화는 기존 제품의 품질마저 하락 시켰습니다. 결국 스미스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GM의 시장 점유율은 46%에서 35%까지 급락하게 됩니다. 이 뿐만 아니라, 플린트처럼 GM 공장이 도시 경제의 근간이었던 많은 지역이 경기 침체로 인해 슬럼화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리더 한 사람의 의사 결정이 개인, 조직,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일화입니다.
당시 로저 스미스도 분명 타당하고 합리적이라고 믿는 근거 아래 모든 결정을 내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그와 회사 동기였던 GM 전 부회장 밥 루츠(Bob Lutz)는 “스미스는 한 번 결심하면 끝까지 가버리는 성격”이라고 평가한 바가 있습니다. 재무 전문가 출신이었던 그는 아마 숫자와 통계 분석을 토대로 하는 자신의 판단력을 과신했던 것이 아닐까요? 실제로 그는 자신의 결정에 반대하는 임원들은 전부 해고하거나, 지사로 보내 버렸다고 합니다. ‘나만 옳다’는 생각에 빠져 주변의 목소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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