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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Nov 01. 2018

세계의 기준이 된 런던과 그리니치

영국여행 런던 그리니치

세계의 기준이 된 런던과 그리니치…. 


  


런던에서 생활한지도 벌써 삼년이 되어간다. 올해로 세 번째 맞는 런던의 가을. 이 계절의 바람은 언제나 가슴에 대고 속삭인다. ‘떠나야지, 떠날때야, 떠나보렴….’ 때로는 살며시 스치듯 다가와 귓볼을 간질이는 부드러움으로, 또 어느 땐 성난 태풍처럼 거친 소리를 내며 온 몸을 휘어 감고 절대 놔 주지 않을 듯한 강인함으로.

런던에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참동안 궁금하고 해 보고 싶었던 일이다. 그리고 삼년째 그렇게 꿈꾸던 일이 현실로 펼쳐지고 있다. 런던이란 도시는,거주자도 여행자로 만들어 버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안정되지 않은 약간의 불안과 긴장이 있다는 단점과 현관 앞에 발을 내어 놓는 순간부터 고작 몇 발치 앞 슈퍼마켓 조차 여행지로 느껴지게 하는 신비함과 오랜 역사를 느끼게 하는 장점이 있는 재미난 도시이다.


이런 도시에 살면서도 아직까지 다 돌아보지 못한 명소들이 있을 만큼 런던에는 볼거리들이 무수하다. 문명세계의 유물들을 잔뜩 모아둔 대영박물관이 아니더라도 장르와 시대를 모두 아우르는 미술관들과 소설,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유명 장소들, 도심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드리 풍성한 나무들이 줄지어 선 공원들, 템즈강에서 노래하듯 춤을 추는 유람선과 높지도 않으면서 화려함을 뽐 내는 성당의 첨탑들…..  그런 모든 명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여행객을 들뜨게 하고 호시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대영제국의 영화를 누리던 시절, 분명 런던은 ‘세계의 눈’이라고 할 만큼 지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도시였다. 그런 영국의 힘과 권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화려한 금빛으로 장식된 웨스트민스터 궁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시계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고 거대한 시계였으며, 사람들은 그 시계의 짹깍 거리는 소리에 맞춰 망치를 두들기고 기계를 돌렸음이다. 그리고 ‘시간은 금’이라며 촌각을 다투어 돈을 버는데 분주했다. 그렇게 벌어들이는 돈은 그 것을 탐내는 젊은이들과 사업가들을 끌어댔으며 결국 런던은 전염병과 공해로 몸살을 하기도 했다.





런던의 시계는, 산업화 되어가는 시대에 터질듯한 열강들의 철도운송과 해운산업의 시간적 오차를 하나로 맞춰 주는 기준이 되었다. 템즈강에서 바라보면 높은 언덕에 위치한 그리니치 천문대. 그 곳은 차량으로 이동하면 그저 마을과 마을을 지나 평평한 평온에 자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최초의 자오선이 명시된 천문대 옆으로 다가서면 마치 지구 꼭대기에 올라 앉은 것 마냥 템즈강을 따라 줄지어 선 런던의 명물과 건축물들을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1884년 결정된 런던의 그리니치 자오선은 전 세계의 기준 경도의 본초 자오선으로 결정되었고, 당시 프랑스와 미국등 경쟁자들이 있었음에도 대영제국답게 그들의 주장을 누르고 세계의 기준선이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뉴스에도 종종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컴퓨터에 내장된 데이터 분석을 하면서 데이터 이용 또는 기록된 시간이 그리니치 타임으로 입력되어서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언급 되는 것이다.


그리니치에 위치한 천문대는 무료입장과 유료입장 구간으로 나뉜다. 박물관 내부는 실제 자오선이 바닥에 철제 레일로 깔려 있는 현장을 직접 우리가 밟고 다닐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다. 일명 메리디안 라인(The Meridian Line)이라 부른다. 그 밖에도 천문대의 역사와 천문대 전시장, 우주 사진 전시, 해양시대의 유물등을 관람 할 수 있다.  이 곳은 시간과 시계의 기준이라고 할 수도 있는 거창한 곳이지만, 이 곳 런던너들에게는 가족과 연인이 함께 가벼운 나들이를 가는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다.





공원으로 조성된 그리니치 파크에는 천문대 외에도 해양박물관과 커티샥 해양선이 있으며, 무엇보다 템즈강을 오가는 크르즈를 탈 수 있는 선착장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 곳에서 두 종류의 배를 이용하여 템즈강을 유람할 수 있는데 하나는 관광용으로 이용되는 리버시티 크르즈이며 다른 하나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크르즈이다. 그리니치에서 타워브릿지 또는 런던탑, 웨스트민스터까지 약 9파운드인데 런던 교통카드인 오이스터 카드를 이용할 시6.80파운드로 할인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교통카드를 이용하여 그리니치에서 웨스트민스터까지 템즈강을 따라 런던 시티를 관광한다. 크르즈 내부에는 아담한 카페도 있고 테이블이 있는 좌석과 일반좌석이 있으며 지정좌석 없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그 뿐만 아니라, 그리니치가 런던너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중에 또 하나 큰 요소는 매일 다양하게 열리는 야시장 덕분이다. 상설시장 형태로 꾸며진 그리니치 마켓에는 영국 전통 토피(카라멜) 만드는 것을 시연하며 즉석에서 맛을 볼 수 있는 상점을 비롯하여 스시, 캔디, 로스팅 커피원두, 가죽 제품, 골동품, 은제품등을 파는 다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또한 그 옆으로 빈티지 마켓도 서고 가구와 신발등을 파는 카부츠 세일을 하는 곳도 있어서 평소 일반 상점에서 볼 수 없는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중에서도 나는 지도를 만들어 파는 상점이 가장 흥미로웠다. 런던시티 지도와 영국지도, 세계지도등을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케릭터를 함께 그려 넣은 지도인데 이것으로 이코백도 만들고 퍼즐도 만들어서 팔고 있었다. 이 상점의 아랫층에는 주인 아저씨께서 직접 작업하는 과정을 전시하는 아담한 전시장도 함께 있어서 작업에 대한 그의 애정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런던 여행을 계획하면서, 하루쯤은 종일 사진을 찍어대는 일 말고, 공원을 산책하며 19세기 전세계 시간의 기준이 되었던 곳에 서서 서울을 향해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 상상도 해 보고, 드넓은 대양을 행해 진군하던 행양선과 박물관을 둘러보며 당시의 시간으로 여행을 해 봄도 좋지 않을까. 점심엔 마켓을 둘러보며 스트리트 푸드를 맛보고 오래된 골동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지도상점에 들러 각국의 특징을 보며 다음 여행지를 계획해 보기도 하고, 잔잔한 노을이 내려 올 즈음엔 템즈강을 따라 크르즈를 타고 런던의 시간을 따라 흘러가 보는 하루. 런던에 거주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깊은 하루를 여행객도 만끽할 수 있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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