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엄제도의 헌법상, 법률상 문제점에 관하여

레스 푸블리카 (10)

by 이그나티우스

한국의 계엄제도는 아주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계엄해제 의결권을 국회가 가지고 있어서 국회를 무력화시키기만 한다면 사실상의 ‘영구계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헌법 제77조 제5항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계엄법 제11조 제1항은 계엄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되거나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법조항을 얼핏 보면 계엄상황에 대하여 국회가 엄격하게 통제를 하게 하려 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지 않으면 계엄이 무기한 연장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왜냐하면 헌법 제77조 제5항과 계엄법 제11조 제1항을 제외하면 제외하면 헌법과 다른 법률 어디에도 계엄의 해제요건을 정하고 있는 내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11조 1항에 “상황이 평상상태로 회복”이라는 해제요건이 추가되어 있지만, 이러한 식의 해석이 가능한 요건은 직전의 비상계엄 사태에서처럼 대통령에 의해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즉, 누가 보아도 계엄상황이 아니지만 대통령이 멋대로 “아직 평시상황이 아니라 계엄해제가 불가하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나는 처음에 이러한 계엄 관련 조항을 보고 ‘사악한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위해 멋대로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싹 체포해버릴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이러한 예상은 불행히도 들어맞아서 모 전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국회를 무력화하려 시도한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물론 나는 이런 일련의 조항이 처음부터 대통령의 악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상계엄의 법문을 잘 살펴보면 이것은 전시나 기타 비상상황에 국회가 제기능을 할 수 없는 경우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쥐는 행위로 국회와 대통령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시행하는 사실상의 거국정부에 가까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즉, 애초에 헌법 설계자들의 생각은 만약에 북한이 침략해서 국회의원 299명의 상당수의 행방이 묘연하고 국가의 대사를 긴급히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라는 일종의 응급조치를 통해 국가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 놓은 것을 보면 한국이 지난 수십년간 얼마나 강력한 안보위기에 시달려 왔는지를 생각하게 되어 슬퍼진다.


법률 전문가도 아닌 일개 학생이 보고도 이런 악용 가능성을 떠올렸을 정도였으니 수십년간 수많은 얼마나 많은 야심가들이 계엄령 관련 조항들을 보고 ‘국회만 밀어버리면…’ 이라고 생각했을지 떠올려보면 오싹하다. 심지어는 그것을 실제로 실행한 자마저 있었다.


다행히 어느 대통령의 위험한 시도 이후로 계엄법 제11조의2가 신설되어 계엄 선포 후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과 회의를 방해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추가되기는 했다. 이것만으로도 대통령이 무단으로 국회를 봉쇄하는 것과 같은 일의 위험성은 크게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아주 훌륭한 진전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계엄은 비상상황에 있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권한이다. 게임으로 치면 치트키나 관리자 계정이나 다름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강력한 힘을 대통령 한 사람에게 쥐어주고 그것의 해제 코드를 오직 국회만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만약에 국회에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무슨 일이라도 닥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 셈인가? 가령 여대야소의 국면에서 대통령과 여당이 손을 잡고 계엄을 선포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예 계엄의 시간적 한계를 정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계엄제도와 비슷한 제도로 고대 로마 제국의 딕타토르(독재관) 제도를 만나게 된다. 평시 로마 공화정은 2인의 콘술(집정관)이 국정의 최고책임자 겸 군 최고사령관이 된다. 하지만 외적의 침입 등 긴급한 비상시에는 1인의 딕타토르를 선출하여 그에게 국가의 모든 권한을 맡기게 되어 있는데, 이 딕타토르의 임기가 정확히 6개월이다.


내가 보기에 우리는 이 로마인들의 지혜를 빌릴 필요가 있다. 어떤 경우라고 하여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비상상황이 6개월 이상 이어지리라 예상하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6.25. 전쟁에서도 북한의 남침부터 인천상륙작전과 서울 수복까지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에 앞으로 그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닥치리라고 볼 수 있을까?


물론 정말로 6개월 이상 계엄이 장기간 진행된다면 거기에 대비해서는 보다 엄격한 조건을 통해 계엄을 연정할 수 있도록 한다면 만약의 경우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러한 연장에도 1년, 3년, 5년과 같은 상한선을 두어 영구계엄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있다.


계엄이란 행정부 수장이나 다수여당에 의해 얼마든지 악용될 우려가 있는 제도이다. 동시에 한번 잘못 발령될 경우에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계엄제도의 한계에 대하여 대단히 엄격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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