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 푸블리카 [14]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코멘트를 남기면 꼭 날아드는 비난 댓글이 있다.
“너가 여자들에게 선택을 못 받았으니 여자들한테 “왜 안 만나줘?”라고 화가 난 것 아니야? 너가 연애, 섹스에서 도태되었으니 여성혐오를 하는거야.”
어째서 페미니즘을 비판하면 섹스를 적게 한 것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나라의 페미니즘 세계관에 따르면 섹스를 적게 하면 여자에 대한 분노가 쌓여서 페미니즘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여성을 혐오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서사는 인셀에 의한 여성혐오 범죄를 설명하는 하나의 틀이 될 지도 모른다. 섹스를 해보지 못한 인셀이 여성에게 증오를 품고 그들에게 폭력적인 강력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러한 내러티브에 부합하는 극단적인 사례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성과의 교제경험, 혹은 섹스경험이 여성에 대한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사회학이나 문화인류학의 연구대상일 테고, 인셀이 정말로 여성 대상 범죄를 일으키는 위험군인지는 범죄학에서 연구할 문제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내가 가타부타 언급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정말 섹스를 적게 하는 것이 폭력 범죄의 원인이라면 그에 대해서는 입법과 정책으로 대응할 문제일 것이다.
그보다는 그러한 서사 자체가 갖는 정치적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여성에게 선택되지 못해 섹스를 많이 못하는 것이 여성혐오와 혐오범죄로 이어진다는 논리는 한층 깊이 파고 들어가보면 섹스에 도덕적인 가치판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섹스를 적게 하는 것은 여성혐오, 강력범죄와 같은 악행의 원인이 된다는 것, 아니 까놓고 말해서 악이라는 것이다. 뒤집어서 말하면 섹스를 많이 하는 것은 선이라는 말도 된다. 그러니까 그런 논리에 따르면 섹스를 많이 못하는 것은 개인의 도덕적인 실패이다.
이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현상인데 개인의 도덕적인 실패를 정치의 영역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은 굉장히 포스트모던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중에는 저급한 개인적 도덕성에 대한 프로파간다로 떨어지긴 했으나, 적어도 공산주의는 자본가 계급의 모순을 개인의 도덕적 타락이 아닌 역사발전의 법칙의 일부로 설명하려 했다. 아마 누군가 마르크스에게 “당신은 자본가를 증오하나요?”라고 질문한다면 속마음이야 어쨌건 간에 그는 “나는 개별 인간으로서 그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나는 그저 자본가 계급이 몰락하는 과학적인 역사의 법칙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뿐입니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러한 탈개인적 태도는 공산주의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나 보수주의와 같은 다른 이념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찰되는데, 개인이 경험하는 섹스의 빈도수를 도덕성으로 환원하여 거기에다가 다시 정치를 버무리는 오늘날의 현상은 적어도 자유주의나 보수주의의 세계관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바디카운트에 도덕적 함의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것은 성적 매력과 섹스를 숭배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종교의 탄생이다.
물론 “왜 나를 안 만나줘!”가 여성혐오와 혐오범죄로 이어진다는 서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것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는 있다. 그들은 그저 미소지니와 안티페미니즘에 대한 반박으로서 그런 서사를 개발한 데 불과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담론을 받아들이는 대중은 하루종일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키워드와 형식논리만으로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즉, 바디카운트가 적은 사람은 도덕적으로 실패한 것이라는 주장은 외모지상주의, 그리고 섹스와 오르가즘에 대한 숭배를 증폭시킬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섹스는 선이고 섹스를 못하는 것은 악이라는 식으로 사람들이 성급하게 결론짓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그런 토양은 이미 다 갖춰져 있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외모와 성적 매력을 ‘자기관리’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도덕성(성실성)과 연관짓는다. 그리고 섹스 역시도 자기계발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자기관리를 잘해서 매력적인 인간으로 ‘거듭난’ 사람은 섹스를 많이 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섹스를 많이 하는 것이 성공한 인생, 행복한 인생의 증거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내러티브에서는 섹스는 곧 자기관리, 훌륭한 인간성과 같은 도덕적인 가치와 연결되는 행위가 된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섹스를 적게 하는 것은 여성혐오적인 정치성향이나 심지어는 범죄성향과 연관된다는 논리는 외모, 그리고 섹스에 대한 도덕적인 가치를 더욱 강조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모, 자기관리, 섹스가 도덕적 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하게 하는 하나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