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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Aug 31. 2016

서점 만들기

나의 꿈 중 하나로 설정한 도서관은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내가 설정한 꿈에서 도서관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도서관에는 책이 있어야 한다. 책을 구하는 방법은 책을 구입하거나 버리는 책을 수거하는 방법이 있겠다. 그중에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은 버리는 책을 수거하는 것인데 이는 나의 노력이 많이 든다.


내 품이 덜 드는 방법은 책을 구입하는 것이다. 도서관에는 책이 적지 않게 있어야 하니 책 구입 비용도 만만찮은 일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서점을 하면 출판사로부터 싼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턱대고 서점을 만들었다. 서점이라고 간판을 달고 점포를 연 것은 아니다. 그냥 사업자등록증만 낸 것이다. 이것 또한 내가 직접 한다면 공무원이어서 이중 직업 금지이니 동생 이름으로 2005년 '성호도서'란 사업체를 만들었다.


도서 판매 업체를 만들기는 했으나 과연 서점이라는 것의 사업성이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처음 판매처로 학교에 집중했다. 모든 학교는 도서관이 있다. 도서관 예산으로 학교 예산의 3% 정도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한 학교의 1년 전체 예산이 1억이라면 300만 원은 책 값으로 지출을 한다는 것이다. 부산만 하더라도 600여 개의 학교가 있으니 판매처는 널리고 널렸다.


영업에 능력이 있을 만한 사람을 수소문하였다. 김홍기라는 사람을 만났다. 학교 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는 사업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사업성이 있어 보인다고 공감을 하고 자기는 책의 유통에 관하여 알아보겠다고 하였다. 나는 학교에서의 도서 구입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보았다.


내가 알아본 바는 다음과 같다. 학교는 인근의 서점과 연계가 되어서 도서정가의 80%로 공급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공개입찰로 전환이 되는 시점이었다. 나는 이제 곧 공개입찰로 전환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공개입찰에 사업의 집중을 해 보기로 하였다.


김홍기 씨가 알아 온 책의 유통은 다음과 같았다.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직접 구매를 할 수도 있고 총판이라는 곳을 통해서도 할 수 있었다. 부산에서는 총판이 두 군데가 있었고, 영광도서, 교보문고, 동보서적과 같은 큰 서점에서도 작은 서점으로 책을 공급하고 있었다. 출판사는 서점으로 현금 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총판과 계약이 된 곳에서는 총판으로만 공급을 한다. 그리고 이와는 별도로 알라딘, 교보문고와 같은 인터넷 판매 업체가 있었다. 공급률이 다 달랐기 때문에 책에 따라 어떻게 공급을 받아야 더 싸게 살 수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야 했다. 당시에는 인터넷 서점에서 할인을 자율로 할 수 있어서 어떤 책은 반 값에 살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 책의 납품할 곳을 내가 근무하고 있었던 학교를 공략하기로 하였다. 학교마다 도서 담당 선생님이 있다. 도서 담당 선생님에게 우리 학교 도서 공급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았다. 부산대학교 앞의 청하서림에서 독점으로 공급하고 80%의 공급률로 한다고 하였다. 더 싸게 공급하는 곳이 있으면 거래처를 옮길 수 있냐고 물으니 그렇게 된다고 하면서 견적서를 제출해 보라고 하였다. 나는 78% 공급률로 된 견적서를 도서 담당 선생님께 주었다. 행정실에서 나의 견적서를 받아들여서 우리 학교에 도서 공급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다 구해서는 납품을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버렸다.


책의 납품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된다. 먼저 책을 수집하고 책이 다 마련되면 학교 도서관에 납품을 한다. 납품을 하기 전이나 납품 시에 도서관에서 컴퓨터에 목록 입력 작업을 한다. 목록 입력 작업은 학교 도서관용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도서관 사서가 직접 하든지 납품을 하는 업체에서 해 주기도 한다. 책의 등 쪽에 구분이 되도록 번호표를 붙이고, 책의 앞표지에는 바코드를 붙인다.


쉬는 시간에 컴퓨터 목록 작업을 하는 과정에 도움을 준다고 몇 번 간 것이 화근이었다. 내가 직접 책을 납품을 하는 것으로 알게 된 어떤 선생님이 공무원이 자기 학교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은 안되지 않느냐고 교장 선생님께 이야기를 한 것이었다. 나는 동생의 사업이고, 동생이 납품을 하고 있는데 동생의 일을 돕는다고 도서관에 간 것이라고 이야기하였지만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서는 그렇더라도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이어서 곤란하다고 하였다. 나는 두 말도 하지 않고 그렇다면 책을 모두 빼 가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나의 첫 실적은 무산이 되었다.


처음으로 이 일을 하면서 배운 점은 많았다. 직접 책을 수집하면서 쉬울 거라고만 보았던 것이 만만치 않은 일임을 알았다. 총판만 상대하면 책을 다 구하겠지 하였지만 총판에서도 거래를 하지 않는 출판사의 책은 없었다. 파주에 있는 어떤 총판은 공탁금을 걸지 않으면 아예 책을 주지 않았다. 오백 만원 어치의 책을 사기 위해서 삼천 만원을 공탁해야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꼴이었다. 책을 수집한 후 목록 작업을 하는 데 라벨 인쇄, 등 표지 번호표 부착 등에서도 그런 물품을 따로 취급을 하는 업체도 알게 되었다. 또한 책이 만들어진 후부터 서점의 매대에 꽂히기까지의 유통 경로도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납품은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로는 전자 입찰에만 집중을 하였다. 전자 입찰이 이제 개시되던 시절이어서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몇 번의 낙찰을 따낼 수 있었다. 도서는 최저가 입찰이었다. 그렇지만 직접 납품하는 서점이 80%의 공급률로 하고 있었고, 이제 입찰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여서 78~79%로도 낙찰이 되었다. 하지만 책에 따라서 75%, 80%로 공급되는 것도 있어서 큰 이익은 나지 않았다. 평균하여 5% 정도의 이익으로 하는 장사였다.


박리다매를 생각하고 꾸준히 낙찰을 따내고 납품을 한다면 한 사람이 먹고 살 정도로 남길 수 있는 사업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게 하여 한 해 동안 총액으로 1억 원의 책을 판매를 하였다. 총액으로 봐서는 큰돈이라지만 이익으로는 겨우 한 달에 4~50만 원 벌이가 되는 일이었다.


학교 도서관만 집중을 해서는 1억 원도 벌지를 못했을 것이다. 한 번은 연산도서관 도서 구매에 낙찰이 되었다. 정가 총액이 5천 만원이나 되는 것이었다. 78.5%로 입찰을 하였더니 낙찰이 되었다. 계약서를 쓰기 위해 연산도서관을 들렀더니 나더러 납품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왜 그렇게 묻느냐고 되물으니 공공도서관 납품은 학교 도서관 납품과는 다르게 어려울 것이라면서 원래 같이 작업을 했던 곳이 영광도서인데 거기로 낙찰을 넘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였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직원이 그렇게 이야기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공공도서관의 도서 라벨 작업은 학교 도서관이 쓰는 DLS가 아니었다. 코라스 2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MARK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코라스 2를 쓰면 되겠지 하고 생각을 하였지만 프로그램 값이 2천 만원을 넘었다. 250만 원 벌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경비가 너무 크게 드는 상황이었다. 힘든 상황이 되면 그때는 영광도서에 넘기기로 하고, 일단은 해 보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사실 막막하였다.


먼저 책부터 구했다. 어떤 책은 아예 구할 수 없는 책도 있었다. 도서 주문을 할 때 영광도서에서 도서 선정 작업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영광도서에 찾아갔다. 자기들이 납품해야 할 것을 내가 가로챈 상태인데 쉽게 줄 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일단은 내가 개인적으로 도서관을 만들고 있고 거기에 책이 필요한 것이라고 하여서 책을 구했다. 눈치 채지 않도록 목록에 없는 책도 몇 권씩을 넣었다.


총판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책의 목록을 주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책을 가지러 간 날에는 ‘성호도서에는 책을 주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코라스 2 프로그램을 쓰는 대형 서점이나 총판은 몇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돌아가면서 낙찰을 따왔고, 공급율도 99% 정도로 이익을 많이 남기는 장사였는데 웬 서점 하나가 그들의 돈벌이 터전에 들어와서 물을 흐려놓은 꼴이었던 것이다. 나는 현금을 주고 사는 책인데 왜 줄 수 없냐고 따졌더니 영광도서에서 항의가 들어와서 책을 주는데 조심스럽다고 하였다. 하지만 코라스 2 프로그램도 없는 업체여서 결국 납품이 되지 못할 것이지 않느냐면서 납품권을 영광도서에 그냥 팔아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하면서 책을 내주었다.


이런 구조를 알게 되니 기분이 그렇게 좋을 리는 없었다. 어떻게든지 내가 납품을 성공시키고 싶었다. 여러 군데 다니면서 사정을 이야기해 보았다. 그러다가 전산 소모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사장님에게 아주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대구의 한 업체를 소개하면서 한 번 이야기해보라고 하였다. 그 업체에 전화를 하였더니 MARK 작업을 대행을 해 준다고 하였다. 대행 수수료는 한 권당 500원이라고 하였다. 한 권당 500원을 제공하면 사실 남는 것도 없지만 이번 건은 남기지 않더라도 납품을 성사시키고 싶었다. 모두 납품을 하는 데에 약간의 기한을 넘겨서 지체금까지도 물게 되었으므로 연산도서관 납품 건은 손해가 꽤 났다. 그렇지만 대형 서점과 총판 정도에서만 서로 돌아가며 납품하던 세계를 알게 되었고, 또 거기에 언제든 도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공공도서관 납품에서 좋은 점 하나는 책에다 라벨을 붙이는 작업은 하지 않는 것이었다. MARK 자료 파일과 책만 납품하면 도서관의 사서들이 이 일은 했다.


학교 도서관 도서 구매는 동네 서점 직접 납품에서 점점 전자 입찰로 바뀌어나갔다. 그러면서 낙찰률도 차츰차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되니가 영세한 서점이나 동네 서점은 입찰을 넣기가 어려워졌다. 75%로 책을 받아서는 70%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러다가 낙찰률이 65~67% 까지 떨어졌다. 결국 최저가 낙찰 방식의 학교 도서관 도서 구매는 총판에서나 입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부산의 최대 총판인 한성서적은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역할보다는 학교 도서관에 책을 공급하는데 더 집중을 하고 있었다.


이럴 시점에 나는 더 이상 도서관 도서 공급에는 미래가 없다고 보고 1년을 경험해 본 것을 끝으로 사업을 접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만큼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사업이기도 했고, 내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것에 전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서점을 해 봄으로써 책이 어떻게 유통되는가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향후에 서점의 도서 유통 체계가 개선이 된다면 어떻게 되어야 할지, 서점 사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소중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나의 꿈 중 하나인 도서관 사업과 연관 지어질 수 있는 큰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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