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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Sep 14. 2016

출판사 만들기

하고 싶은 것을 다른 이가 해주지 않는다면 직접 해라

2005년, 일본 여행길에 도쿄 이케부쿠로의 준쿠도 서점에 들렀다. 서가는 분류에 따라 표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찾고자 하는 부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나는 뒤도 돌라보지 않고 자연과학 책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서가에서 내 눈길을 확 끈 책이 있었다. 책 제목은 ‘안산암과 대륙의 기원’이다. 안산암이란 것은 한 개의 암석 이름이다. 여러 암석을 모아 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단 한 종류의 암석 이름만으로 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며 책을 집어 들었다. 안을 살펴보니 안산암이란 암석에 대한 설명이 아니고 안산암은 대륙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하는 듯 보였다. 일본어 부분은 읽지 못하고 한자로 된 부분만 건너뛰면서 살펴보다가 결국 책을 구입을 하고야 말았다.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그 책의 내용이 하도 궁금하여 일본어 공부를 하고자 마음먹었다. 지인에게 부탁하여 일본어에 자주 쓰이는 조사를 알아내었다. 지질에 관한 일본어 한자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것과 거의 같기 때문에 조사만 알면 쉽게 해석이 되었다. 애매한 부분은 직접 공부를 하여서 해석을 하였다.


2006년, 책을 해석하고 있는 중에 책의 저자가 우리나라에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책의 번역을 도와주던 이승남 선생님께 이 사실을 이야기했다. 이승남 선생님께서 나에게 그렇다면 저자를 만나러 가야 하지 않느냐고 종용을 하였다. 저자를 초청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연락을 해서 이영주 박사에게 저자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하였더니 저자와 약속을 잡아두었다고 했다.


이승남 선생님과 나는 연가를 내고 대전에 가서 저자인 타츠미 박사를 만났다. 사인도 받을 요량으로 박사의 저서인 ‘안산암과 대륙의 기원’‘섭입대 마그마작용’ 두 권의 책을 가지고 갔다. ‘안산암과 대륙의 기원’은 일본어로 된 책이었고, ‘섭입대 마그마작용’은 영어로 된 책이었다. 내가 가지고 간 책에 박사는 기꺼이 사인을 해 주었다. ‘안산암과 대륙의 기원’의 책을 번역을 하면서 ‘섭입대 마그마작용’도 번역을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주었다. 저작권 중계 협약이 되면 일본의 출판사에게 협약이 잘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도 하였다.


나, 타츠미 박사, 이승남 선생님


나는 타츠미 박사를 만난 이후 책의 초벌 번역에서 더 좋은 번역을 하고자 이승남 선생님에게 부탁을 하였다. 이승남 선생님은 재벌 번역을 딸인 김수지에게 맡겼다. 김수지는 부산대학교 일본어과를 다니고 있었다. 재벌 번역이 된 것을 받아서 전문 지질 용어로 바꾸고 내용에 맞게 다시 번역하는 마지막 작업은 내가 하였다.


번역이 되는 와중에 한국 내 출판 저작권에 대한 일을 함께 하였다. 저작권 중계를 주로 하는 업체를 알아보니 ‘신원에이전시’, ‘에릭양 에이전시’ 등 몇 회사를 알게 되었다. 그중 신원에이전시를 저작권 중계 회사로 선정하고 진행하였다. 일본에서는 타츠미 박사가 도와주기로 해서였는지 일은 쉽게 풀렸고 두 권의 책의 한국 내 출판 저작권을 얻게 되었다.


번역본을 내어 줄 출판사를 섭외하여 보았다. 과학 책을 가장 많이 내는 출판사로 사이언스북스가 생각되었다. 목차와 번역한 자료를 사이언스북스에 보냈다. 몇 달이나 검토를 하고 나서 보낸 결론 아래의 내용과 같다.

     

성종규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사이언스북스 ○○○입니다.

보내 주신 원고와 도서 정보는 잘 받아보았습니다.
편집부에서 보내 주신 원고와 도서를 살펴본 결과,
안산암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 있고 그 내용이 다소 일본에 한정되어 있어,
그동안 지구과학 분야에 있어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없었던 국내 일반 독자들에게는
책이 어렵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저희 출판사는 '지구'라는 대형 컬러 도서와 운석과 관련된 국내 저작물을 준비하는 등
지구 과학에 대한 분야에 관심을 새롭게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안산암과 대륙의 기원'이 저희가 준비하고 있는 도서들과 연계시키기에는
다소 난이도가 있어 현재 출간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저희 출판사에 소중한 원고와 좋은 기회를 주셨는데 기대에 부흥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에 더 좋은 기회로 다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요,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사이언스북스 ○○○ 드림.     

몇 군데 다른 출판사를 알아보았지만 답은 비슷했다. 책을 내어줄 곳만 찾는다면 이 책이 영원히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출판사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1인 무점포 출판사’라는 형태로 점포도 없이 할 수 있는 출판사가 세워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구청에 신고만 하면 되고, 매년 면허세만 내면 되었다.


나는 아예 ‘잼난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를 신고했다. 그리고 1년여의 작업 기간을 거쳐서 책의 내용과 그림을 더 손을 봤다. 원고는 ‘아래 한'글을 써서 편집을 하였고 표지는 ‘포토샵’으로 작업하였다. 원고를 다 만들고 나서 그다음으로 할 일은 책을 찍어내는 일이다.

 

그다음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알고 싶어서 출판에 관한 다음과 네이버의 카페 여러 군데에 가입을 하였다. 카페의 게시물들을 읽으면서 출판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공부를 하였다. 모르는 것은 질문을 올리면 여러 전문가들이 친절히 답을 주었다.

 

전문 출판업체에서는 원고를 ‘아래 한'글로 하는 곳은 드물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만들어 둔 것이기도 하고, 한국 내 출판 저작권에 명기되어 있는 발행일도 지켜야 하겠기에 편집된 채로 출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출판의 다음 과정으로 빠진 것은 책의 ISBN을 발급을 받는 것이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출판사를 등록시키고 ISBN을 발급받았다. ISBN이 부여가 되니 책에 함께 인쇄될 바코드도 함께 발급이 되었다. 책의 내지, 표지, ISBN 바코드, 판권지 등 모든 것이 갖추어지고 나서 다음 할 일은 인쇄소에 넘기는 일이다.


나는 카페에 견적을 의뢰를 하였다. 카페 회원들이 추천을 하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 맡기기로 하였다. 추천 글을 읽다 보니 회원이 직접 인쇄소를 들른 후기였다. 나도 그 인쇄소에 들러보기를 마음먹었다. 주소와 전화번호만 가지고 무작정 일산으로 갔다. 명성문화라는 인쇄소에 들러서 사장을 만나고 내가 내는 처음 책의 출판을 의뢰했다. 인쇄가 되는 현장을 둘러보고 책이 나오게 되는 과정, 책을 만드는 데의 도움말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나의 첫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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