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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종규 Sep 16. 2016

학교 만들기-1

아이들이 원하는 학교, 교사들이 원하는 학교

2012년 10월, 차유화 선생님이 나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하였다. 학교 설립에 관심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관심은 많지만 만만치 않은 돈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나중에 충분히 돈이 있다면 분명히 할 일이라고 하였다. 관심이 있다면 다음에 연락을 줄 터이니 그때 같이 만나자고 하였다.

     

11월에 연락이 와서 김인수 선생님과 같이 학교 설립 관계의 첫 모임을 하였다. 돈이 적어도 충분히 학교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폐교를 임대를 하고 대안학교를 운영을 하면 그렇게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기본 협의를 하고 그 이후 몇 번을 더 만난 후에 학교를 설립해 보기로 하였다.

  

2013년에 들어서서 경기도의 모처에 폐교를 임대를 하여 설립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선생님에게는 선생님의 교육 철학에 따라 교육하면 아무런 간섭이 없는 학교, 학생들에게는 즐거우면서도 진정한 배움이 있는 학교를 만들어보고자 하였다.

   

나는 아이들에게 학교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의 재미있는 상상을 적어본다.


아이들은 이런 학교를 원한다

    

1. 운동장은 잔디였으면 좋겠다.

2. 실험 위주의 과학 수업, 필요한 과학기자재의 완벽 구비

3. 예쁜 여자 선생님이 계셨으면...

4. 급식이 짱이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뷔페식은! (맛있는 급식)

5. 체벌은 절대 금지다.     

6. 남녀공학 (현재 있는 학교가 남자 학교이다 보니...)

7. 도서관의 장서가 많아야 합니다.

8.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9. 교장, 교감 선생님의 훈화가 없을 것

10. 시험이 없을 수도 있나요?     

11. 전체 조례 등이 없다.

12. 사교육 금지

13. 기숙사

14. 화장실이 좋아야 한다. 문이 잘 잠겨야 하는데...

15. 지하에 우리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어주세요.     

16. 두발자유

17. 지하 목욕탕(15번 지하에 시설 이야기가 나오니 나온 생각인 것 같음)

18. 강당

19. 그물 있는 축구골대(운동장은 좁아도 이건 꼭 있어야 해요.)

20. 스쿨버스     

21. 조종례 없음

22. 에어컨, 난방 빵빵

23. 선택형 강좌(본인이 수업을 선택)

24. 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문이과 분리가 없었으면

25. 다양한 특기적성 방과후활동     

26. 학교 축제

27. 학교 동아리 활동 활성화

28. 자체 식당

29. 자율식당

30. 팀티칭     

31. 학교봉사활동 외에 개인으로 해야 하는 봉사활동 부과 의무 없을 것

32. 교과서에 구애받지 않는 교재

33. 수학여행 등을 학생의 계획대로 운영

34. 일대일 멘토링 시스템

35. 실내화 신는 실내     

36. 성적 따지지 않는 학교 (성적표에 석차가 없음)

37. 안 와도 되는 학교

38. 돈 벌 수 있는 학교

39. 방학 45일

40. 주 5일제를 확실히 지키는 학교     

41. 운동장 넓음

42. 학예전에 아이돌이 왔으면

43. 차별 없는 학교

44. 수업시간에 태블릿 PC 활용

45. 학교에 쇼핑몰

     

아이들의 요구는 다소 황당한 것도 있지만 결국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학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학교 설립 이사를 모집하고, 창립 이사회도 열었다. 학교를 운영하기 위한 기자재도 들이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학교를 세울 곳은 경기도에 있었고 나는 부산의 한 공립학교에 몸담고 있어서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아예 학교 설립을 위한 임시 직원을 채용하여 경기도의 설립 현장에 파견을 시켰다. 적은 돈으로 시작으로 한다고는 하였지만 만만치 않은 경비가 들었다.

  

학교를 설립하고자 했던 곳의 겨울 풍경


일 년 이상을 준비를 잘 하고 있었는데 나에게 학교를 하라고 권유한 쪽에서의 다른 문제가 생겨서 이 일은 중단되어 버렸다. 결국 많은 돈만 날리고 이 공간을 교육청에 반납하고 말았다. 그렇지만 소중한 경험을 하였다. 학교 설립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익혔다. 나는 이후로 다른 곳의 폐교를 지금도 알아보고 있다. 언제든 적당한 공간만 확보되면 꿈의 학교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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