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과 불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내가 나일 수밖에 없어서다.
불화하지 않는 사람인 척, 화목한 척 가장해도
다시 거듭 내가 되어버려 또 불화한다.
세상과 밀고 밀치며 생겨난 그 장력으로
밤이 오면 노트를 힘껏, 조금은 화가 나서 채우고
더 짙은 내가 된다.
한걸음 더 어쩔 수 없어진다.
이 밤에, 내가 나를 이해해 준다.
이해, 이런 나를.
세계와 사사건건 반목해도
내가 여기서 또 내일을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계속 불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도
그럭저럭 괜찮은 이유다.
오늘 내가 세계와 다투고 토라지고
역겨워하고 외면당해도,
이것은 나의 전투였고, 이 전투가 내 삶이었으니
이만 잔다.
불화한 채로 오늘도 잠이 든다. 휴전 중인 용사처럼.
잠 속에서도 싸우는 꿈을 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