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염색하는 날

by 손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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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흰눈썹을 뽑아주려고

그녀의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조명 바로 아래에 있으면 오히려 흰눈썹이 안 보여서

잘 보이는 조명 빛 각도를 찾아

그녀가 앉은 의자 주위를 빙 한 바퀴 돈다.


내 머리칼도 흰머리가 늘었다.

어릴 때, 아마도 엄마가 지금 내 나이였을 때

내가 엄마의 흰머리를 뽑아줬다.

염색까지는 안 해도 되던 나이.


그때는 엄마가 늙어서 흰머리를 뽑아줬는데

지금 생각하니 나처럼 젊은 때였다.

발견할 때마다 하나씩 뽑으면 그만이었던 시절.


나도 이제 염색을 시작했다.

뽑아줄 자식이 없어서, 엄마가 내 흰머리를 염색해 준다.

엄마에게 염색을 맡기고 앉아 있으면

참으로 즐거웁고도 서글프다.

내가 늙어서 엄마가 내 흰머리를 염색해 준다.

갓 맞춘 중학교 교복을 입고 엄마 흰머리를 뽑아줄 때는

상상도 하지 못한 일.


아직 나도 염색까지는 안 해도 되던 불과 몇 달 전,

흰머리를 좀 뽑아달라고 매번 부탁했지만

엄마는 눈에 나빠서 뽑아주지 못했다.

염색은 눈이 나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어

엄마는 열심히 해준다.

두피 구석구석 빗으로 빗고 또 빗고.


엄마 머리 내가 염색해 줄게.

너는 못해. 내가 해야 잘 돼.


서툰 건 사실이다.

돈을 많이 벌어야지 생각한다.

엄마가 단골 미용실에서 가끔만 받던

3만 원짜리 염색을

매번 받도록 해주겠다.


돈으로도 해줄 수 없는 일들이 나타나기 전에

돈으로 해줄 수 있는 것들을 다 해주고 싶다.


그녀가 백발이 될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기가 막힌다. 그러나

엄마가 나이 들어버린 것보다

내가 나이 들어버린 게

어떤 날은 더 쓸쓸하고 기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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