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계속 도망치다가
절벽을 맞닥뜨리진 않을까.
살려고 도망치는 건데
내달릴 땅도 나를 외면하고 낭떠러지가
결말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도망칠수록 내 인생이 더 후줄근해지고
구겨지는 것 같다.
최악을 피해도, 더 최악이라면
여기서, 지금 멈춰 서서 살든지 죽든지 간에
한판의 씨름을 붙어야 하는 건가.
세상과 싸우기 싫어서 도망칠수록
나 자신과 싸우게 된다.
그렇게 발견한다.
나야말로 이기기 힘든 존재라는 것을.
그것을 이기기 힘든 이유는 그것이 강하기 때문이다.
나는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었다.
나를 마주 보고 주먹을 쥐는 대신
뒤를 돌아 이기기 힘든 거대한 나를 뒤에 둔다.
나와 싸우는 대신
세상과 싸우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