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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Nov 09. 2017

순례자

순례자

                                김한빈




우리는 성지(聖地)를 찾아 떠나리

한 줌 물로 영혼을 씻기 위해 낙타를 타고 떠나리


이 밤 어디선가 우리의 어리석음을 

죽비로 꾸짖는 스승을 찾아 떠나리


거리엔 황홀한 불빛들

밤을 지키는 성벽 파수병들

드디어 스승은 주장자(柱杖子)를 울리는구나


무릎 꿇은 낙타여

아, 슬퍼하지 말아라

신기루 사라진 모래 언덕 너머

불 밝힌 오아시스가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날이 새기 전

한 모금 목을 적시리

어디선가 낯선 바람이 불어오고

사자 울음소리 들리는구나

놀란 늑대 무리들아, 흩어져라


어느 선지자가 길어온 샘물을 마시고

우리는 아이로 다시 태어나리라



<문장 21>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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