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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Nov 12. 2017

베를린 선언의 의미

베를린 선언의 의미                                           

                                                                       김한빈

  


 한반도의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이끌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며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현상황에서, 점증하는 군사적 긴장이 한계점에 다다른 현시점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 사회의 일치된 요구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대 조건이다. 


 이것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이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구상’으로 제시한 내용의 기본 전제다. 뉴베를린 선언으로 평가받는 이 제안은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제시한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통일을 위한 연설을 계승하고 있다.


 그런데 베를린에서 군축제안이나 평화선언을 하는 것엔 유래가 깊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로 절정에 달한 동서 양진영 간의 긴장관계를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될 때, 워싱턴과 모스코바 사이에 직통전화를 설치하고 양자간 전면적인 대결을 예방했다. 이듬해 케네디 대통령이 서베를린 시청 앞에서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라는 연설을 했다. 2013년 오바마는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 연설했다. 분단과 냉전, 통일의 상징인 이 역사적 공간에서 핵군축 문제를 다루었다. 


 이 연설은 케네디 이후 미국 대통령들의 ‘베를린 연설’의 전통을 계승한 것이다. 1978년 카터, ‘87 레이건, ‘94 클린턴으로 이어졌다. 레이건은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당시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향해 “당신이 평화와 번영과 자유를 원한다면 이 베를린 장벽을 허무시오.”라고 당부했다. 불과 2년 뒤 이 장벽이 무너지고, 클린턴은 같은 장소에서 “베를린은 자유다.”라고 분단을 극복한 독일을 축하했다. 


 “이곳에서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그때 레이건 대통령의 연설은 지구상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한반도의 분단구조를 해체하고 항구적인 평화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이루어야 할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 대통령의 선언은 냉전과 분단을 넘어 통일을 이루고, 그 힘으로 유럽통합과 국제평화를 선도하고 있는 독일과 독일국민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서 서독의 20여 년간 지속된 동방정책으로 상호존중에 바탕을 둔 평화와 협력의 과정을 이끌어낸 통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통일에 대한 희망과 함께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고 평가한다. 


 그 중에서 특히 북한정권 붕괴,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추진 배제를 대북정책의 3대 원칙으로 제시한 것과 북한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 관계와 북일 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는 제안은 획기적이다.


 그러나 국내 유력언론의 시각은 반드시 곱지만 않다. 문 대통령의 평화구상이 홀로 외치는 공허한 수사로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런 선제적 평화조치가 먹혀들지는 의문이라며, 대화의 출발점인 북한핵 동결을 어떻게 끌어낼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부터 한계라고 비판한다. 


  한편 일부 언론은 “북한의 ICBM 발사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최대 당사국 대통령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천명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이 크지만, 그럴수록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화가 절실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주역 계사전에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변화 원리가 있다.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 상황은 극에 달한 ‘궁’이다. 극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면 ‘변’의 단계에 이른다. 문제 해결점을 찾기 위한 변화가 일어나면, ‘통’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다. 상호간의 화해와 화합이 이루어진다. 비로소 문제가 해결된다. ‘구’는 평화의 단계다. 


 이번 ‘뉴베를린 선언’이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변’의 단계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부산과 목포에서 출발한 열차가 평양과 북경으로, 러시아와 유럽으로 달리는 그날을 보고 싶다.



<오륙도신문> 칼럼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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