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빈 Nov 12. 2017

동정호의 선우후락(先憂後樂)

동정호의 선우후락(先憂後樂)                                 

                                                                            김한빈



 한가위 보름달같이 풍요로워야 할 이번 추석 명절은 북한의 5차 핵실험 도발과 연이은 경주 지진으로 부산 시민들이 마음 편히 쉬지 못한 연휴가 되었다. 부산역에서 출발한 KTX 열차가 서울, 평양을 거쳐 신의주를 경유하여 압록강 저편 중국 국경을 넘어 북경으로 나아가 하늘열차길로 티벳으로 가고 남방 상해와 홍콩으로 연결되는, 통일한국과 중국 대륙이 하루이틀 생활권으로 결합되는 단꿈이 실현되기엔 아직도 요원하다. 러시아 천연가스가 북한 지역을 통과하여 부산까지 송출되고, 두만강 넘어 러시아 오리엔트 특급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여 서유럽까지 달려가는 웅대한 소망은 70년 분단의 벽이 가로막고 있어 안타깝다.


 대선을 앞둔 직전년도 추석 민심의 향방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언론의 전망이 있다. 벌써부터 언론들은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들의 동향을 취재하여 보도하기에 바쁘지만, 이는 누가 더 우세한지 판세분석하고, 정파 간의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을 추측하는 경마식 선거 보도에 지나지 않는다. 대선 후보군들의 국가안보관은 어떠한지,  산적한 국내외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지, 대한민국이 선진부국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제시하는지에 대한 심층 검증이 없기 때문이다.


 국가 정치 지도자에게는 높은 도덕적 의무가 요구될 뿐 아니라,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탁월한 자질과 경륜이 필요하다. 국민들이 막강한 권력을 그들에게 합법적으로 위임한 만큼 국리민복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자세가 수반된다. 국가의 리더십은 나라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분열과 반목의 사슬을 끊고 국민들을 한데 통합시켜 이끄는 통솔력을 발휘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먼저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것은 지도자의 ‘선우후락(先憂後樂)’하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중국 중부의 후난성(湖南省) 웨양시(岳陽市) 인근에 있는 동정호(洞庭湖)는 경상도보다 크고, 제주도 면적의 2배를 넘는다. 이 거대한 호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악양루(岳楊樓)에 오른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등악양루(登岳陽樓)’라는 시에서 ‘오나라와 촉나라 땅은 동남으로 탁 트이었고,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물에 떠 있구나.’라고 그 웅장한 장관을 노래했다. 북송(北宋) 때의 명재상 범중엄(范仲淹)이 지었으며 소식(蘇軾)이 글씨를 썼다고 알려진 ‘악양루기(岳陽樓記)’의 후반부는 다음과 같다.


 아아! 내가 일찍이 옛 어진이들의 마음가짐을 추구해보니, 간혹 이 두 가지 경우의 행위와 다른 것은 어째서인가? 외물(外物) 때문에 기뻐하지도 않고 자신의 처지 때문에 슬퍼하지도 않아서, 조정의 높은 자리에 있으면 그 백성들을 걱정하였고 강호(江湖)의 먼 곳에 머물면 그 임금을 근심하였으니, 이것은 나아가서도 걱정하고 물러나서도 걱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때에나 즐거워할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반드시 말하기를, “천하 사람들의 근심에 앞서서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의 즐거움에 뒤미처 즐거워한다.”라고 하였으리라. 아! 이런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나는 누구를 따르겠는가.


(嗟夫라. 予嘗求古仁人之心하니 或異二者之爲는 何哉오. 不以物喜하며 不以己悲하여 居廟堂之高면 則憂其民하고 處江湖之遠이면 則憂其君하나니 是는 進亦憂요 退亦憂라. 然則何時而樂耶아. 其必曰先天下之憂而憂하며 後天下之樂而樂歟인저. 噫라. 微斯人이면 吾誰與歸리오.)


 선우후락(先憂後樂)이란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즉, 천하 사람들의 근심에 앞서서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의 즐거움에 뒤미처 즐거워한다. ‘先天下之憂而憂(선천하지우이우), 後天下之樂而樂(후천하지락이락)’라는 구절을 사자성어로 줄인 것이다. 정치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는 국민들보다 먼저 근심하고, 국민들보다 뒤에 즐겨야 하는 것에 있다. 


 중국의 시성(詩聖) 두보는 ‘등악양루(登岳陽樓)’ 마지막 연에서 ‘관문 북쪽에서는 아직도 전쟁이 끊임없고, 난간에 기대니 눈물만 줄줄 쏟아지는구나.(戎馬關山北, 憑軒涕泗流.)’라고 우국충정을 노래했다. 우리나라도 휴전선 북쪽에서 핵실험이 끊임없다.



<오륙도신문> 칼럼 기고

매거진의 이전글 풍자와 해학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