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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Dec 26. 2017

대연성당

대연성당 

                                                                  김한빈



경성대 앞에서 새벽까지 술 마시고

홀로 집으로 돌아가던 길


그 길에 성당이 있어 

나와 같은 무신론자에게도 언제나 복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에겐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의 것이요."


나는 불현듯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무엇에 이끌렸을까

속죄하는 죄인처럼

고해성사하는 신도처럼


ㅡ술 마신 죄, 신을 믿지 않는 죄, 불경한 죄


지붕 높은 소쇄한 건물에서 

안온한 불빛이 흘러나와 

술 취한 무신론자의 불경한 발걸음을 맞았다


그 발은

세속의 거리를 헤매는 동안

신께 바치는 경배 대신 

먹고사는 일에 매달렸다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시각

성당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오더니

어떤 젊은 여자가 성모상 앞에 서서 

두 손 모으고 머리 숙여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아, 그 오랜 시간 기도가 보여주는 경건함이여

무신론자의 붉은 눈으로

짐짓 못 본 척 지켜보았다

성모상은 그 무언의 기도소리를 듣고 있을까


경내를 서성이다

천장 높은 그 건물 안을 멀찍이 훔쳐보았다

벌써 여러 사람들이 가지런한 긴 나무의자에 드문듬성 앉아 기도하고 있었다


아, 경건함이여

그들이 신께 바치는 경배는 

새벽기도였다




<오륙도 문학> 2016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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