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4 - 지하철 2호선

풍경 4 - 지하철 2호선

                                                                김한빈

  지하철 2호선이 대학가 대연동을 지날 때 갑자기 아브라카다브라 7음절의 소리를 내면서 호그와트 마법학교로 달려가는데, 열차 안엔 수많은 해리, 론, 헤르미온느, 지니, 말포이 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모두 청바지를 입고 나이키 신발을 신고 머리엔 둥근 귀마개를 쓰거나 가느다란 청진기를 귀에 꽂고, 좌석에 앉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 손바닥에 네모난 마법사의 거울을 꺼내 들여다 보며 아마도 호그와트의 주문 외는 공부를 하는 듯한데, 간혹 그 신기한 거울을 귀에 대고 주문을 외우기도 하지만, 옆사람에겐 아무런 관심 없이 공부에만 집중해서 볼드모트가 봐도 기특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새글터> 동인지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