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2 - 약국 간판
김한빈
행인들로 붐비는 거리의 건물 외벽에 커다란 글씨가 쓰여진 간판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어서 어떤 약국은 혹여 사람들의 기억상실증을 염려하여 간판을 가게 정면뿐 아니라 옥상 위에도 모퉁이에도 약 약 약 마치 메모지처럼 눈에 잘 띄게 친절히 붙여놓는데 또 어떤 간판에는 열십자 표시가 있어 손님들이 동서남북 사방에서 다 오라는 말인 듯하고 그 위에다 마늘을 찧는 작은 절구와 공이를 그려놓아 무릇 약에는 그 옛날 곰이 동굴 속에서 먹어 여인이 되었다던 약효 좋은 마늘이 필히 들어간다는 뜻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