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7 - 황령산 편백나무 숲
김한빈
황령산 바람고개 너머 남쪽 기슭에 유신시절부터 신군부 때까지 5년 동안 심었더니 이제 수령 40년 된 편백나무가 19만 그루 하고 한 그루가 하늘을 가려 빽빽한 숲을 이루어, 아침엔 물기 젖은 시커먼 줄기들이 축축한 숨을 내쉬며 피톤치드를 내뿜고 저녁엔 신전의 기둥처럼 고요 속에 잠기는데, 멀리서 보면 흡사 질서정연한 제식훈련하는 군인들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척박한 돌비탈에 뿌리를 내리고 아랫도리 다 헐벗은 채 급격한 근대화 세월을 힘겹게 버티어 온 서민들 같아 새삼 숙연해진다
<새글터> 동인지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