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흐른다면
김한빈
물로 흐른다면
산골짜기에선
소풍 가는 아이들 같이
개울을 흐르다 바위에 튕기고
절벽을 만나 소리 지르며 뛰어내리고
장난치고 싶다
물로 흐른다면
구름이 머문 저녁 호수에 빠져
인가人家의 불빛을 쬐고
부엉이 우는 밤부터
별들이 조는 새벽까지
자작나무 아래
소곤소곤 사랑을 나누고 싶다
물로 흐른다면
새 소리가 나팔소리처럼
하늘을 울려 퍼지는 아침
흐르고 흘러서 강으로 나가
낮엔 뜨거운 햇볕에 몸을 데우고
밤엔 달빛을 안고
수심은 깊어지고 말을 잊고 싶다
물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고래가 사는 바다로 나가
넓고 넓은 가슴을 풀어 놓고 싶다
바람 타고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되고
산에 바다에 다시 내리는
비가 되고 싶다
<오륙도 문학> 2015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