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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Dec 26. 2017

물로 흐른다면

물로 흐른다면

                                                                   김한빈


물로 흐른다면

산골짜기에선

소풍 가는 아이들 같이

개울을 흐르다 바위에 튕기고

절벽을 만나 소리 지르며 뛰어내리고

장난치고 싶다


물로 흐른다면

구름이 머문 저녁 호수에 빠져

인가人家의 불빛을 쬐고

부엉이 우는 밤부터

별들이 조는 새벽까지

자작나무 아래 

소곤소곤 사랑을 나누고 싶다


물로 흐른다면

새 소리가 나팔소리처럼 

하늘을 울려 퍼지는 아침

흐르고 흘러서 강으로 나가

낮엔 뜨거운 햇볕에 몸을 데우고

밤엔 달빛을 안고

수심은 깊어지고 말을 잊고 싶다


물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고래가 사는 바다로 나가

넓고 넓은 가슴을 풀어 놓고 싶다


바람 타고 하늘로 올라 구름이 되고

산에 바다에 다시 내리는 

비가 되고 싶다



<오륙도 문학> 2015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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