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
김한빈
겨울산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여름날 울던 뻐꾸기 남쪽으로 떠난 뒤
눈물자국 바짝 마른 얼굴로
바람을 맞는 산
겨울산을 보면 마음이 시리다
여름날 매미소리 땅속으로 사라진 뒤
그늘진 계곡 아래 눈과 얼음을 감춰 놓고
푸른 소나무를 자랑하는 산
겨울산을 보면 또 마음이 시리다
늦가을부터 비울 건 다 비우고
맑은 별 바라보며
삼동을 어둠 속에 누워 있던 산
봄의 숨결을 가슴에 품고
핏기 도는 얼굴로 다시 일어난다
꽃나무 가지마다 횃불 같은 봉오리 들고
<새글터> 동인지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