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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Dec 26. 2017

황령산

황령산

                      김한빈



바람고개 넘어 사자봉 건너

산이 쌓아올린 그 높이에 오른다


푸른 편백 숲이 곧게 서서 

장대비 맞고 때론 눈바람 쐴 때

산은 그 높이를 묵묵히 쌓아올렸다


내가 올라온 길 

누가 이끈 듯 꿈결 같아도

몇 갈래 길과 그 높이에서 만나 

서로 부둥켜안는다


산다는 건 어떤 길을 걸어도 

산이 쌓아올린 그 높이에 오르는 것

결국 산의 그 높이가 문제다


만일 다른 길로 왔다면

찬란한 아침 해를 보거나 

핏방울 스민 저녁놀을 보거나

더 굽이치는 길을 따라 

그 높이에 닿았을지도 모른다


산다는 건 어떤 길을 걸어도 

산이 쌓아올린 그 높이에 오르는 것

결국 산의 그 높이가 문제다


오는 길에 언뜻 들었을까

대숲 옆 산절 마당에 

흰 구름 흐르는 소리


하산길에 들을 수 있을까

산이 그 높이를 

스스로 낮추는 소리



<문학도시> 2017년 9월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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