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月蝕
김한빈
무엇으로 이름하든
그녀는 너의 갈비뼈로 만든 신부
너만 바라보고 널 맴도는 그림자
낮엔 잠에 빠지고
밤과 함께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배우
새벽닭이 울면
무대 서쪽으로 사라지는 흰 드레스
외로운 사랑이다
손길 한 번 닿은 적 없는
너에게서 달아나려고 애썼지만
오직 너만 사랑하도록
보이지 않는 끈에 매달린 회전목마
어느 보름밤 문득
그리움이 네 얼굴에 빗물처럼 쏟아지고
한 마리 늑대 울음소리가 밤하늘을 적시면
너의 푸른 그림자 속으로
한 뼘 한 뼘 사라지는
슬픈 얼굴
루나Luna
<문학도시> 2017년 9월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