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것은 무엇인가
김한빈
사슴을 보고 말이라 우기는
조고趙高가 우습다
소라 하면 어떻고 말이라 하면 어떠랴
아무리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사슴은 사슴이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뇨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뇨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蓬萊山) 제일봉에 낙락장송(落落長松) 되어 있어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청산리 벽계수(靑山裏 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蒼海)하면 돌아오기 어려우니
백설이 만건곤(滿乾坤)할 제 독야청청(獨也靑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