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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Aug 29. 2018

주옹설(舟翁說)

주옹설(舟翁說)

                                                              김한빈



  지난 2년 전 광화문 촛불 시위로 현직 대통령 탄핵과 더불어 새 정부의 출범을 가져와 시민 혁명의 쾌거를 이뤘다고 국내외 언론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새 정부는 ‘이게 나라냐’는 민의를 반영한 적폐청산이라는 개혁을 의욕적으로 시도하였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과 북미 정상 회담을 연이어 개최하면서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정부 여당은 유래 없는 대승을 거두고 순풍에 돛을 단 듯 순항하였다. 불과 2개월이 지난 지금,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등의 경제 문제에 발목을 잡혀 정부 여당의 그 높던 국민 지지율이 정부 출범 이래 최저로 곤두박질했다. 


  ‘물이 배를 띄우지만, 배를 엎기도 한다.’란 중국 고사 성어를 떠올리며 혁명보다 더 어렵다는 개혁의 벽에 부딪힌 정부의 앞날이 순탄할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원래 이 말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철학자였던 순자(荀子)의 말을 모은 <순자> 왕제(王制)편에 담긴 글에 기원을 두고 있다. 임금은 배이며 서민은 물이다. 물이 배를 띄우지만, 물이 배를 엎기도 한다. 임금은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위기에 대면할 때 그 위기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원문: 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 군이차사 위즉위장언이부지의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君以此思 危則危將焉而不至矣)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라고도 한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 공자가 말하기를 "무릇 군주란 배요,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또한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人者水也. 水可載舟, 亦可覆舟). 군주가 이것으로써 위험을 유념한다면 다스림의 도리를 안다고 할 만하다"라고 하였다. 군주를 배에 비유하고 백성을 물에 비유하여, 군주가 통치를 잘 할 때는 백성들이 잘 따르지만, 통치를 잘 못할 때는 백성들이 저항하여 정권을 뒤집을 수도 있으므로, 백성들의 뜻을 잘 헤아려 통치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과거 정부의 ‘낙수 효과론’에 반발하여 새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론’을 펼치며 기존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에 대항해 왔지만, 최근 경제 불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최악의 경제 지표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에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 구호가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다. 경기침체에 물가상승은 한 마디로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 정도가 심한 것을 슬럼프플레이션(slumpflation)이라고 한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를 우리 국민이 접는다면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물이 배를 엎기 전에 새 정부는 조선 초기 권근(權近, 1352 ~ 1409)의 한문 수필인 ‘주옹설(舟翁說)’에서 지혜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설(說)’은 역설적인 발상을 통해 세상에 대한 태도와 참된 삶의 방식을 깨우쳐 주고 있다. 하나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로서, 산다는 것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배 같으니 항상 마음을 다잡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한 가지는, 거센 풍랑이 일어도 자신이 중심을 잡으면 배가 안전한 것처럼 언제나 자기 삶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되 자기 중심을 흐트러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 배 위에서 사는가?”라는 손[客]의 물음에 주옹(舟翁)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하물며 내 배는 정해진 꼴이 없이 떠도는 것이니, 혹시 무게가 한쪽에 치우치면 그 모습이 반드시 기울어지게 된다.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내가 배 한가운데서 평형을 잡아야만 기울어지지도 뒤집히지도 않아 내 배의 평온을 지키게 되나니, 비록 풍랑이 거세게 인다 한들 편안한 내 마음을 어찌 흔들 수 있겠는가?


 민주와 평화, 연대, 환경 등의 이념도 좋지만, 정답은 ‘중도 실용주의’다. 대한민국 배가 격랑에 휩쓸리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여야가 당리당략을 버리고 경제 살리기에 온힘을 다하는 협치에 나설 때다.



오륙도신문 칼럼 (201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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