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7 -- 사월 초파일
김한빈
꽃 피던 사월 달력을 넘기니
1, 8, 2, 16, 3, 10, 4, 25 ---
꽃 피지 못한 날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살아있음이 꿈 같고 환영이고
물거품이고 그림자네
산이 울긋불긋 온통 잔치이더니
말 없는 부처님은 반쯤 졸고 있는데
초파일 주인은 온데간데없고
탑을 도는 여인네 고무신 타는 냄새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연꽃 피지 않은 연못을 서성이는 바람
보리수 새잎처럼 푸르구나
가는 곳마다 임자 되면
달이 이지러져도 어때?
절 뒷산이 땅밑으로 들어가도 어때?
대웅전 풍경 소리 듣던 모란
꽃을 피운다.
<문학도시 2020년 7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