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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Jul 10. 2020

산정山頂 오르는 길

산정山頂 오르는 길 

                                             김한빈     


     

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산정山頂 오르는 마지막 길을

바다 같은 숲의 고요로 덮고 있었다   

  

배낭 놓고 서성이던 산문 밖이나

몇 방울 땀으로 오른 중턱에서 바라봐도

산은 그 길을 

파수병 같은 숲의 침묵으로 지키고 있었다  

   

왜 오르느냐

산정山頂엔 구름 말고 무엇이 있으랴

수도승의 지팡이가 흔들린다  

   

문득 그 길이 뻐꾸기 소리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언뜻 산등성이 위로 출렁일 때

     

저 광야에 외로이 걷는 무소의 뿔처럼* 

한 걸음 나아가면

산은 비로소 보여준다

산정山頂 오르는 마지막 길을. 

         

주)

* 인도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인용함  



<문학도시 2020년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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