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山頂 오르는 길
김한빈
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산정山頂 오르는 마지막 길을
바다 같은 숲의 고요로 덮고 있었다
배낭 놓고 서성이던 산문 밖이나
몇 방울 땀으로 오른 중턱에서 바라봐도
산은 그 길을
파수병 같은 숲의 침묵으로 지키고 있었다
왜 오르느냐
산정山頂엔 구름 말고 무엇이 있으랴
수도승의 지팡이가 흔들린다
문득 그 길이 뻐꾸기 소리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고
푸른 하늘이 언뜻 산등성이 위로 출렁일 때
저 광야에 외로이 걷는 무소의 뿔처럼*
한 걸음 나아가면
산은 비로소 보여준다
산정山頂 오르는 마지막 길을.
주)
* 인도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인용함
<문학도시 2020년 7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