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한빈 Jan 21. 2021

지진

지진

                                                 김한빈




  어떤 섬에는, 섬 아닌 섬 같은 그곳에는 나무 두 그루가 마주보고 서서, 남북은 아닌데 동서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100년 묵은 거대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 나뭇가지들엔 밤낮으로 깃발이 펄럭이고, 밤에는 촛불이 불 밝히는데, 사람들이 떼로 모여들어 북을 울리고 박수를 치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서로 고함을 지르기도 한다.


  섬이 흔들린다. 누군가 외친다. "지진이다!" 땅이 두 동강으로 갈라진다. 사람들이 나무 두 그루에 나뭇잎처럼 매달린다. 나무 두 그루를 사이에 놓고 남북은 아니고 동서인지 아무튼 땅이 갈라지자 깃발도 촛불도 없이 그 사이 서 있던 사람들은 나무 두 그루 중 어느 한편으로 달려가거나, 가운데 그대로 남아 있던 사람들은 하릴없이 땅속으로 떨어진다. 깃발 없는 기수가 외친다. "똥간에 들었으면 똥이나 싸라!"


  그 광경을 바라보던 아이들이 노래한다.

 "나무야, 나무야,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오륙도문학>  2020년 12월 발표

매거진의 이전글 선(禪) 7 -- 사월 초파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