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건강
저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새벽 다섯 시 형 인간입니다.
다섯 시에 일어나면 한두 시간쯤 아침 운동을 하고, 두 시간쯤 글을 쓰거나 책을 읽습니다. 이런 생활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작년 어느 날 밤 맥주를 마시다가, '하루 만보쯤 걸어볼까'라는 치기가 올라(어쩌면 취기였을지도 모릅니다), 다음날 새벽 바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하루 만 이천보쯤 걷고 있습니다. 앞으로 매달 천 보씩 올려보자고 다짐하고 있으니 나중에는 '걷는 남자 하정우'처럼 하루 삼 만보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새벽에 운동을 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가족을 위해서입니다.
삼십 대 끝 해에 느지막이 결혼해서 사십 대 첫 해에 첫 아이가 생겼습니다. 지금은 토끼와 다람쥐를 닮은 딸이 둘 있습니다(두 딸은 이 별명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어느 날 문득, 점점 늙어가고 총기를 잃는 제 모습과 그와 반대로 어리기만 한 딸들이 보였습니다. 언제까지 이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더 건강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맥주도 좋아합니다.
한때는 건강 상의 이유로 이 좋아하는 맥주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나빠진 건강은 바로 췌장 속의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뇨와 맥주는 대단히 상극으로 알고 있었습니다(과거형입니다). 맥주 없이 살아갈 수 없기에 운동을 합니다. 맥주 한 병을 마시면 1km를 더 걷는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맥주를 마시고도 건강은 더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사이언스 지에서 발표한 '맥주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흥미를 끕니다. 하루에 한두 잔(한 잔은 4% 맥주 330ml 쯤)의 맥주를 마시면 오히려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요, 특히나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것처럼 적당히 마시기만 한다면요.
https://interestingengineering.com/beer-might-actually-be-good-for-you-according-to-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