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오랫동안 여행다운 여행 한번 못 하다가 잠깐 바람 좀 쐬러 갔다 왔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간 추억 소환 박물관에서 오래된 맥주병 전시물을 발견했습니다. 오비맥주와 크라운 맥주였는데 추억도 소환되고 너무나도 진기한 맥주라서 반가웠습니다. 80년대 만화가 이현세 씨가 보리밭을 질주하는 야생미 넘치는 오비맥주 광고가 기억닙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이 깔리면서요. 반면에 크라운 맥주 광고에서는 배우 노주현 씨가 그만의 젠틀한 이미지로 어필합니다. 야생미와 신사미. 아무튼 당시는 2개의 맥주 회사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오비맥주와 크라운 맥주, 동양맥주와 조선맥주, 과거의 맥주 회사와 지금의 맥주 회사 간의 관계를 이외로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초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알아두면 이외로 술자리 팁으로 쓸만합니다.
기린맥주(일본) - 쇼와기린맥주(1933) - 동양맥주(1948, 상표는 오비맥주) - 오비맥주(1995) - 벨기에 인터브루와 합작(1998) - AB InBev로 주주 변경(2014)
대일본맥주(일본) - 조선맥주(1933) - 조선맥주(1948, 상표는 크라운맥주) - 하이트맥주(1998) - 하이트진로(2005)
오비맥주는 일본의 기린맥주의 자본에서 시작했습니다. 반면 하이트 맥주는 대일본맥주라는 지금의 아사히와 삿포로, 에비스를 합작해서 만든 회사에서 시작했습니다. 동양맥주는 줄곧 오비맥주라는 상표를 쓰다가 회사명도 오비맥주로 바꾸었고, 지금은 버드와이저의 AB InBev의 자회사가 되었습니다. 조선맥주는 크라운맥주라는 상표를 쓰다가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영화 '삼진그룹토익반'의 모티브가 된 사건) 이후 반사이익으로 하이트맥주가 히트하자 상표도 회사명도 하이트로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외의 곳에서 두 가지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첫 번째, 진로는 한때 진로쿠어스라는 맥주 회사를 설립하여 카스를 내놓았고 반응도 나쁘지 않았는데, 이를 오비맥주에 매각합니다. 오비맥주는 이후 '양아들' 카스로 성장하게 되죠. 그리고 진로 소주는 나중에 하이트맥주에 매각됩니다. 맥주는 오비에, 소주는 하이트에. 한국 맥주의 역사는 이렇게 드라마틱합니다.
두 번째, 오비맥주에서 수입하는 맥주는 '아버지' 기린맥주일 듯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비맥주는 산토리맥주를 수입합니다. 모기업 AB InBev와 산토리의 협력 관계 때문이겠죠. 그럼 기린맥주는 누가 수입할까요? 한때 라이벌이었던 하이트진로입니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습니다.
어떤가요? 한국의 맥주 역사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