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Jan 06. 2019

버드와이저의 원조, 체코의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

편의점 맥주 열전 - 'Budějovicki Budbar'의 역사




오늘은 맥주 할인마트에서 체코 맥주인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Budějovicki Budbar)'를 골랐다. 이 맥주는 아주 오래전부터 마셨던 맥주로 최근에는 거의 마시지 않았는데 지난 일본 출장 시 스타벅스에서 마신 이후로 생각이 났다. 일본 긴자의 한 스타벅스에서는 특이하게도 세 가지 종류의 맥주를 판매하는데 그중 하나가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였다.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는 현재 필스너 우르켈, 코젤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체코 맥주일 것이다. 발음도 어려운 이 맥주의 이름을 하나씩 뜯어보면 버드와이저(Budweiser)와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다.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는 ‘부데요비체에서 온 부드바르’라는 의미의 체코어이다. 여기선 부데요비체는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도시를 말하고 부드바르가 고유한 맥주 이름으로 보면 될 것이다. 보헤미아 지방은 현재는 명확히 체코의 땅이지만 그 지역이 생겨난 중세만 해도 독일과 체코라는 구분은 없었다. 그저 체코어를 하는 사람들과 독일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었을 뿐이었다. 체코어로 ‘부데요비체(Budějovice)’라고 불린 이 도시는 독일어로는 부드바이스(Budweis)라고 불렸다. 부드바이저(Budweiser)는 부데요비츠키의 독일어 발음이고 현재 전 세계를 사로잡은 페일 라거인 미국명 버드와이저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체코의 버드와이저와 미국의 버드와이저는 100년 넘게 전 세계에서 상표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도쿄의 스타벅스 긴자식스점에서 만난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



보헤미아의 도시 체스케 부데요비체(České Budějovice)의 탄생과 맥주의 역사


이 맥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스케 부데요비체라는 체코 보헤미아 지방의 도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체스케 부데요비체는 도시 자체가 양조장과 거의 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만큼 맥주와 관련이 깊은 도시이다. 부데요비체의 맥주 양조 역사는 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265년 보헤미아의 왕인 오토카르(Ottokar) 2세는 보헤미아의 남부 지역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고 이 도시의 이주와 계획을 그의 기사에게 수행하게 하였다. 보헤미아의 숲에 살던 사람들을 도시로 이주시키고 북부 오스트리아에서 살던 사람들이 정착민들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갖추어지기 시작하였다. 오토카르 2세는 이 도시에 유일하게 맥주를 제조할 수 있는 특별힌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후 1351년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보헤미아의 왕이었던 카를 4세는 이 도시의 맥주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체스케 부데요비체를 황실의 양조장으로 삼았다. 또한 도시의 근처 10km 이내에서는 맥주 제조는 물론이고 퍼브나 몰트 하우스도 지을 수 없고 맥주 기술자도 살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마일 라이트(mile right)'를 부여하였다. 황제는 이 도시에서 생산된 맥주를 다른 맥주와 차별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생산된 맥주만을 ‘부데요비체에서 생산된 맥주(beer from Budweis)’라는 뜻인 독일어 ‘부드바이저(Budweiser)’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이때까지만 해도 버드와이저는 상표에 대한 개념은 없었다. 그저 이 지역에서 생산된 맥주였을 뿐이었다. 이 마일 라이트는 15세기까지 유지되었고 군대에 의한 강력한 힘으로 지켜져 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맥주를 양조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던 것 같다. 1495년 시민들과의 기난 긴 협상 끝에, 체스케 부데요비체의 시의회는 자체적으로 대형 양조장을 짓고 시민들과 맥주 양조 방식에 대해 합의하였다. 도시의 양조장은 위트비어라고 불리는 흰색 밀맥주를 제조하고 개별적인 양조장은 어두운 계열의 보리 맥주를 제조하기로 한 것이었다. 이후 도시의 맥주 양조 산업은 크게 발달하였다. 16세기 초에는 맥주 양조 산업이 도시의 전체 이익 중 87%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17세기 1618년부터 1648년까지 발발한 30년 전쟁으로 인하여 중부 유럽의 대부분이 황폐해졌고 체코의 맥주 산업마저 어렵게 되었다.



독일어를 하는 시민들이 세운 새로운 양조장


1795년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독일어를 하는 시민들이 일명 시민 양조장(Civic Brewery)이라고 하는 또 다른 양조장인 부드바이저 비어 버거브로이(Budweiser Bier Bürgerbräu)를 설립하고 1802년부터 또 하나의 버드와이저를 생산하였다. 이 양조장은 1875년에 미국으로 '부드바이저 맥주(Budweiser Bier)'라는 이름으로 맥주를 수출하였다. 당시 수백만의 유럽인들이 그들의 고향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전하여 더 나는 삶을 찾았다. 이민자들은 그들의 생활 스타일을 미국으로 가져갔고 특히나 유럽의 맥주를 그리워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데요비체에서 생산된 맥주 또한 유럽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맥주 중 하나였다. 그리고 1년 후 이 맥주는 아돌프스 부쉬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1876년 부쉬와 그의 친구인 주류 수입업자 칼 콘래드(Carl Conrad)는 유럽 여행 중 체코의 부데요비체를 방문하였고 이 곳에서 부드바이저를 마시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부쉬는 이때의 영감을 바탕으로 유럽의 필스너 제조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보헤미안 스타일의 제조법에 따라 맥주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개발된 맥주에 '버드와이저'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다. 부드바이저가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탄생하지 6세기 만에 또 하나의 버드와이저가 북미 지역에서 재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1878년에는 콘래드는 버드와이저 맥주를 미국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상표 도용은 승인되지 않은 것이었다. 독일인들이 세운 양조장은 1945년에 버드와이저 이름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에 체코슬로바키아의 공산당 정부는 이전 양조장이 가지고 있던 모든 권리를 계승하였고 상표권 문제는 다시 대두되었다. 상표권 문제는 훗날 부데요비케의 체코와 앤하이저-부쉬(현재는 AB InVeb)의 미국 간 상표 분쟁으로 이어졌다.



체코어를 하는 시민들이 이어간 양조장


한편 체스케 부데요비체에서 제각각 운영되던 부드바이저 부드바르 양조장(Budweiser Budvar Brewery)은 체코 합동 양조장(Czech Joint Stock Brewery)이라는 이름으로 합병되었다. 그전까지 체코어를 하는 시민들이 운영하는 양조장들은 독일어를 하는 시민들이 운영하는 양조장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했고 지역의 체코의 양조 산업을 리드하지도 못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상황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결정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체코 점령과 냉전 시대의 공산주의로 인해 체코 합동 양조장은 미국의 앤하이저-부쉬를 압도하지 못했다. 1948년 체코의 모든 양조장은 국영화되어 공산주의의 통제를 받았다. 체코의 맥주는 이 기간 제대로 된 품질을 낼 수 없었다.



국영 기업으로 합친 두 양조장


1967년, 합동 양조장(Joint-Stock brewery)과 시민 양조장(Civic Brewery)의 후임으로 부드바이저 부드바르 국영 회사(Budweiser Budvar, National Corporation)가 생겨나 두 회사의 상표를 대부분 인수하였다. 새로운 회사의 경영은 두 회사가 함께 했다. 이렇게 한동안 국영 기업으로 운영되던 회사는 1991년에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1989년에 발생한 체코의 벨벳 혁명으로 소련으로부터 독립하게 되면서 부드바이저 부드바르 양조장도 1991년 1월 1일 완전히 독립하게 된 것이었다. 이와 함께 모든 운영을 전반적으로 현대화하였고 국제적인 사업 파트너와 직접적으로 거래하였으며 자체 유통 창고를 새로 지었다. 이러한 결과로 양조장의 생산량은 2.5배나 늘었다고 한다. 이후 오늘날까지 대체로 탄탄대로를 걸어오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부데요비츠키 부드바르는 2014년도에 상품의 레이블과 이름을 전면 개편한 제품이다. 모든 제품명을 ‘Budejovicki Budbar’라는 명칭으로 통일하고 옆에 ‘B:ORIGINAL’, ‘B:DARK’와 같이 맥주의 스타일을 구분하여 표시하고 있다.

2014년 전먄 개편된 레이블

그럼 맥주의 맛은 어떨까? 체코의 또 다른 맥주인 필스너 우르켈에 비해 홉의 쓴맛은 강하지 않고 대체로 맛의 균형이 잡혀 있다. 미국의 버드와이저와는 완전히 다른 맥주라고 봐야 할 것이다.


Budějovicki Budbar B:ORIGINAL

스타일 : 필스너
브루어리 : Budějovicki Budbar
생산지 : 체코, České Budějovice
ABV : 5.0%

RateBeer 평점 : 3.13/5





매거진의 이전글 지중해의 맛, 몰타의 파슨스 블루 레이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