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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Jan 02. 2019

지중해의 맛, 몰타의 파슨스 블루 레이블

편의점 맥주 열전 - ‘Farsons Blue Label’의 역사




오늘도 만원에 4캔을 샀다. 두 개는 역시나 익숙한 맛으로 고르고 두 개는 모험적인 맛을 골랐다. 익숙한 두 개 중 밀러 라이트는 아내를 위해 골랐고 나를 위해서는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를 골랐다. 아내와 나는 맥주만큼은 취향이 다르다. 아내는 잡내와 향이 많이 난다고 필스너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밍밍하기 짝이 없는 페일 라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일보다 라거를 좋아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모험을 위해 선택한 맥주는 ‘파슨스 블루 레이블(Farsons Blue Label)’이라는 지중해 몰타를 대표하는 맥주이다. 그동안 마트에서 여러 번 보아왔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던 맥주였다. 어딘지 모르게 짝퉁스러운 느낌(왠지 레드 레이블, 블랙 레이블도 있을 것 같은 느낌), 유럽 맥주의 OEM으로 생산되는 느낌(중국에서 아사히를 생산하는 것처럼)이 들어 그랬다.. 그런데 오늘은 이 녀석을 한 번에 고르고 나니 맥주 맛이 궁금해지고 설레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시음을 완료하고 간단히 바로 적어 놓았다.


캔 뚜껑을 따니 ‘푸시시식’하는 소리가 아주 크고 경쾌하게 났다. 반면 밀러를 딸 때는 ‘푹’하고 그만이었다. 이게 맥주 때문인지 흔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거품이 넘치지는 않았다. 거품이 조밀하고 부드러우면서 오래 이어졌다. 맛은 이제껏 마신 에일 중에서 가장 가볍고 마일드했다. 한마디로 밍밍한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홉의 쓴맛도 조금 느껴지고 약하지만 오래 이어졌다. 남아 있는 거품만 먹으니 확실히 홉의 맛이 조금 더 느껴지는 듯했다. 약간의 신맛도 느껴지고 구수했다. 이런 스타일의 에일 맥주로 흔히 있는 초콜릿과 캐러멜의 맛이 느껴졌다. 전체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파슨스 블루 레이블은 앰버 에일을 표방하고 있다. 앰버 에일(Amber Ale)이란 호박색을 특정하는 페일 에일의 종류로 일반적으로 밝은 구리색에서 밝은 갈색 정도의 호박색을 띄는 맥주이다. 맛으로 규정하 맥주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맛은 다양하다.


파슨스 블루 레이블은 일명 파슨스로 알려진 시몬드 파슨스 치스크(Simonds Farsons Cisk)라는 회사의 대표 맥주이다. 이 그룹은 몰타에서 푸드와 음료를 판매하는 대기업이다.



몰타 Malta


몰타는 지중해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인구 43만 명의 작은 국가이다. 면적은 316 제곱 킬로미터로 서울시의 반 정도 되는 크기이다. 이탈리아가 장화 모양으로 되어 있고 장화가 축구공을 차는 것 같은 섬이 있는데 그 섬의 앞부분에 위치해 있다. 개인적으로 몰타 하면 생각나는 것은 ‘몰타 기사단’이다. ‘로마인 이야기’라는 15부작 역사서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그래도 부족한 게 있었는지 ‘로마 멸망 이후의 지중해 세계’라는 2권의 역사서를 추가로 집필하였다. 여기에 몰타 섬과 이 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사단의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1차 십자군 전쟁 이후 활약했던 ‘성 요한 기사단’은 1309년 로드스 섬을 정복하고 ‘로드스 기사단’이라 불리면서 지중해에서 이슬람 상선들을 상대로 약탈과 해적을 일삼았다. 이에 화가 난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은 결국 로도스 섬 공방전이라는 전쟁을 일으켰다. 이 전쟁에서 1차전을 승리했던 성 요한 기사단은 2차전에 크게 패하여 1522년 로도스 섬에서 축출되었다. 로도스 섬에서 추방된 기사단은 서유럽 곳곳을 떠돌다가 몰타 섬에 정착하게 되었다. 이후 몰타 섬은 ‘몰타 기사단’의 근거지로 1798년 나폴레옹이 점령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시몬드 파슨스 치스크 양조장   


시몬드 파슨스 치스크(Simonds Farsons Cisk)는 이름에 있는 세 개의 회사, 시몬드, 파슨스, 치스크가 합병된 그룹이다. 먼저 파슨스 양조장(Farsons Brewery)은 1928년에 몰타의 수도 발레타(Valletta)의 근처에 있는 함룬(Hamrun)이라는 도시에서 몰타 섬 최초로 생겼다. 파슨스 양조장은 몰타 섬에 주둔하고 있었던 영국 수비대와 해군을 위해 영국 스타일의 파슨스 페일 에일(Farsons Pale Ale)을 생산하였다. 양조장을 설립한 지 겨우 몇 달 만에 생산된 이 맥주는 몰타의 산업 역사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1929년 파슨스 양조장은 시몬드 양조장(H.G Simonds Brewery)과 합병하였다. 시몬드 양조장은 영국 레딩(Reading)에 있는 양조장으로 1880년 이후 몰타 섬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 수비대를 위해 정기적으로 맥주를 공급하고 있었다. 이 두 회사는 합병하여 이름을 시몬드 파슨스 회사(Simonds Farsons Ltd.)라 하였다. 거의 같은 해에 파슨스 양조장과 가까운 거리의 지역에 개인 은행을 소유한 가문인 마르퀴스 존 쉬클루나(Marquis John Scicluna Brewery)가 몰타 수출 양조장(Malta Export Brewery)을 설립하였다. 시몬드 파슨스 회사가 에일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가진 반면, 몰타 수출 양조장은 치스크 필스너와 치스크 뮌헤너라 불리는 바바리안 스타일의 라거 맥주를 양조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었다. 이후 20년간 두 회사는 경쟁 관계 속에 있었지만 1948년 몰타 수출 양조장이 시몬드 파슨스 회사에 합병되어 시몬드 파슨스 치스크 회사(Simonds Farsons Cisk Ltd.)가 탄생하게 되었다.



시몬드 파슨스 치스크 맥주


홈페이지 설명에 의하면, ‘파슨스 블루 레이블은 어두운 갈색의 상면 발효 에일로 홉과 마일드한 맥아를 사용하여 풍부한 컬러를 주고 깜짝 놀랄 만큼 부드럽고 마일드한 맛이 난다. 독특한 초콜릿과 캐러멜 맛이 포함되어 있다’라고 설명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내가 느꼈던 맛과 비슷했다. 라벨을 들여다보니 삼지창을 들고 있는 제우스 신의 모습(제우스의 삼지창은 파슨스 회사의 로고이다)과 맥주 대회 수상 흔적인 세 개의 메달이 보인다. 이 세 개의 메달은 'The Brewing, Bottling & Allied Traders' 전시회와 1952년 영국 'Brewex Award', 1999년 '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s'에서 수상한 내역이다. 홈페이지에는 이 외에도 여러 맥주 대회에서 수상한 내역이 나와 있다. 파슨스 블루 레이블은 2016년부터 알코올 도수를 3.3%로 낮추어 재탄생하였고, 이전의 맥주에는 'Original Amber Ale'이라는 서브 타이틀을 붙였다. 시몬드 파슨스 치스크 양조장에는 파슨스 블루 레이블 외에 치스크 시리즈의 라거 맥주가 많이 있는 데 그중 치스크 라거(Cisk Lager)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파슨스 블루 레이블(Farsons Blue Label)

스타일 : 앰버 에일 (Amer Ale)
브루어리 : Simonds Farsons Cisk
생산지 : 몰타, Mriehel
ABV : 4.7%
수입원 : 더아이비코리아

RateBeer 평점 : 2.88/5


치스크 라거(Cisk Lager)

스타일 : 치스크 라거 (Cisk Lager)
브루어리 : Simonds Farsons Cisk
생산지 : 몰타, Mriehel
ABV : 4.2%
수입원 : 더아이비코리아

RateBeer 평점 : 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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