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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좋은 ㅎㅏ루 Nov 26. 2018

리투아니아 맥주에는 굴곡의 역사가 있다

편의점맥주열전 - 'Volfas Engelman Rinktinis' 역사




지난번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들'이라는 글을 쓰면서 8위에 리투아니아가 있었는데 한 줄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리투아니아 맥주라곤 한 번도 마셔 본 적이 없어서 아무리 맥주와 역사로 글을 쓴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맥주라도 마셔보고 써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결국 어제 리투아니아 맥주와 이탈리아 맥주, 독일 맥주를 각각 1캔씩 마셨습니다. 세 캔을 마시면서 또 한 번 느낀 것은 역시 맥주는 비교 시음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맛은 절대적이기보다 상대적이라 생각합니다. 그날의 몸의 상태에 따라 상대적, 같이 곁들이는 안주에 따라 상대적, 다른 맥주에 비해 상대적이라는 말입니다.

어제 마신 리투아니아 맥주는 '볼파스 엔젤맨 린크티니스(Volfas Engelman Rinktinis)'라는 맥주입니다. 볼파스 엔젤맨은 양조장 이름이고, 린크티니스가 맥주 이름쯤으로 보면 됩니다. 특이하게도 캔 뚜껑에 은박지가 씌여 있습니다. 이물질로부터 캔 뚜껑을 보호하려고 사용했다고 합니다. 캔 양도 특이한데 500ml가 아니고 568ml입니다. 소비자의 만족도 높이려고 68ml를 더 추가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소비자 입장을 꽤 신경 쓴 흔적이 보입니다.


볼파스 엔젤맨 린크티니스의 맛


볼파스 엔젤맨 린크티니스의 맛은 홉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대부분 맥아의 맛만 느껴집니다. 맥아가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그런데 맛은 한국 맥주처럼 밍밍한 쪽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맛있게 마신 이유는 밍밍함 속에 옥수수처럼 구수한 맛이 나는데 이 맛이 괜찮습니다. 원재료를 살펴보니 곡물에 옥수수나 다른 전분은 없었습니다. 맥아만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물이 굉장히 부드러웠다는 것입니다. 뒤에 바로 이탈리아 맥주인 '페로니(Peroni)'를 마셨는데 확실히 물이 목에 걸리는 느낌이 더했습니다. 알 수는 없지만 경수보다는 연수에 가까운 물이 아닐까 싶은데,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이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세계에서 맥주를 가장 많이 마시는 8번째 국가이다. 연간 2억 6천만 리터를 소비한다고 하는 데, 인구가 약 3천만 명쯤에 달하니 연간 1인당 89리터를 마시는 셈이다. 이중 어린이와 비음주자를 반쯤 제외하면 1인당 180리터 정도는 마시는 셈인데, 이 양은 평균 500ml를 하루도 빠짐없이 마셔야 달성할 수 있는 양이다.


굴곡 많은 리투아니아의 역사


볼파스 엔젤맨은 리투아니아(Lithuania)의 카우나스(Kaunas)라는 도시에 있는 양조장입니다. 양조장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니 리투아니아의 역사와 운명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북유럽 발트해를 끼고 있는 발트해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중의 하나입니다. 현재의 수도는 빌뉴스(Vilnius)이며 과거의 수도가 바로 빌뉴스에서 서쪽으로 100Km 쯤 떨어져 있는 카우나스입니다. 가디언지에 의하면 카우나스는 아르데코 양식으로 유명한 유럽의 10대 도시입니다.

리투아니아의 위치는 북쪽으로는 라트비아(그 위에는 에스토니아), 동쪽과 남쪽에는 벨라루스, 남서쪽에는 러시아와 폴란드, 서쪽에는 발트해가 닿아 있습니다. 리투아니아는 과거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이었으며, 18세기 말 분할하여 러시아 제국에 합병이 됩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잠시 독립을 하였으나 다시 소련에 합병이 됩니다. 1941년 잠시 독일의 지배를 받았으나 1944년 소련군에 의해 다시 점령되어, 1991년 독립할 때까지 소비에트 연방이었습니다. 이러한 굴곡의 역사 속에 양조장이 온전히 살아 남기는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양조장이 국유화되기도 하였고, 양조장 소유주가 바뀌기도 하였으며 수도 없이 양조장 이름이 변경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련을 모두 겪고 볼파스 엔젤맨은 다시 그들의 이름을 되찾은 것입니다.


볼파스 엔젤맨은 2개의 양조장이 결합된 이름


볼파스는 1853년 '라파일 볼파스(Raphail Volfas)'라는 사업가가 카우나스의 주거 지역에 양조장을 설립하면서 시작하였습니다. 1860년에는 '네무나스(Nemunas)'라는 강변의 기차역 옆에 또 다른 양조장인 '엔젤맨'이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1894년 볼파스는 엔젤맨 양조장을 구입합니다. 하지만 양조장의 이름을 변경하지 않고 두 개의 양조장을 병행하기로 합니다. 이들의 맥주는 국제 전시회에서 메달을 타는 등 카우나스 지역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됩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는 볼파스와 엔젤맨 두 기업가는 러시아를 피해 있었던 듯합니다. 1918년 리투아니가 독립을 하자 고국으로 돌아와 양조장의 이름을 'B & B Volfas - Engelman Malt Factories and Squash Shops'으로 바꾸고 빠르게 재건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리투아니아 맥주 시장의 40%를 점유하였습니다. 1930년대에는 '파로도스(Parodos)' 흑맥주를 생산해 큰 성공을 거둡니다. 그러나 위기는 소련과 독일에 의해 다시 찾아옵니다. 1940 년 6 월 소련은 이 양조장을 국유화해 버리고 기업 이름을 'Raudonoji pašvaistė('The Red Glow')로 변경합니다. 1941년부터 1944년 사이에는 독일이 점령해 기업 이름을 'Perkūnas(The Thunder)'로 변경합니다. 이 기간 양조장은 거래 활동을 회복하고 유지하기는 했지만 두 번째 소비에트 점령은 운영에 커다란 타격을 입힙니다. 1944년에 소련군에 의해 다시 점령당하면서 기업명이 다시 'Raudonoji pašvaistė('The Red Glow')로 바뀝니다. 이러한 부침은 1991년 리투아니아가 독립할 때까지 계속됩니다. 기업의 이름은 여러 번 바뀌었으며, 맥주 이외에 베이킹 효모나 빵, 바닐라 설탕 효모 등을 생산하기도 했습니다. 리투아니아가 독립한 이후인 1994년 민영화되어 합작 회사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찾은 이름,  볼파스 엔젤맨


1997년 지분의 51%가 체코 회사인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에 넘어갑니다. 2년 후 이 지분은 에스토니아 맥주 회사인 '아레코크(A. le Coq)'에 넘어갑니다. 아레코크의 모기업은 핀란드에서 세 번째로 큰 맥주회사인 '올비(Olvi')입니다. 2011년 4월 12일, 이 양조장의 역사적인 이름인 볼파스 엔젤맨을 다시 찾습니다. 볼파스 엔젤맨은 현재 230여 명의 종업원을 가진 리투아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양조장입니다.



볼파스 엔젤맨 린크티니스 Volfas Engelman Rinktinis

스타일 : 프리미엄 라거

국적 : 리투아니아

회사 : Volfas Engelman (Olvi)

ABV : 5.2%

RateBeer 평점 : 2.4/5


출처 : RateBe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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