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비루라 불리는 일본 크래프트 맥주의 세계
오사카 시에서 북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자동차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미노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미노 시는 크기가 47.9 제곱킬로미터이고 인구가 13만 인 작은 도시이다. 이 크기면 강남구보다 조금 큰 면적이다. 이 작은 도시는 미노 폭포와 단풍으로 유명한 미노산이 있고,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공원과 같은 ‘메이지의 숲 미노국정공원’이 있어 오사카 부의 부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한다.
이 작은 도시에는 일본에서 손에 꼽히는 지역 크래프트 양조장이 있다. 바로 미노 비루(箕面ビール)로 알려진 미노 브루워리이다. 미노 맥주는 1996년에 자본금 1,500만 엔으로 시작하여 직원이 열 명 정도인 작은 양조장이다. 하지만 양조장의 규모는 작아도 꽤 굵직한 맥주를 만들어 내고 있다. 흔히 양조의 영역이라면 남성들의 몫이라 여겨지지만 미노 맥주의 오너는 여성이다. 주류 판매점을 운영하는 세 자매의 아버지가 오사카에서 맥주를 만들기에 적합한 장소를 찾다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온화한 시간이 흐르는 미노 시에 매료되어 이 곳에 맥주 공장을 시작했다. 미노 맥주의 목포는 매일 마실 수 있는 친근하고 편한 데일리 맥주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노 맥주는 필스너, 스타우트, 페일 에일, 바이젠 등 친숙하고 편안한 맥주로 가득하다. 또한 계절 한정으로 나오는 유자 맥주는 벨지안 위트 비어로 현지에서 딴 유자를 이용하여 섬세한 개성이 돋보이는 맥주이다. 섬세한 개성이 돋보이는 맥주가 있는 가 하면 홉이 충분히 돋보이는 남성성 강한 IPA도 만든다.
미노 맥주는 다섯 가지의 레귤러 맥주를 병으로 판매한다. 병의 레이블에는 영어로 큼지막하게 맥주의 스타일이 쓰여 있는데, 맥주의 스타일이 곧 미노 맥주의 이름이다. 투박하게 느껴지지만 참 정직하고 신념 있는 표현이 아닌 가 싶다. 미노 맥주 필스너는 저온에서 장기간 숙성한 깔끔하고 상쾌한 필스너이고, 미노 맥주 스타우트는 커피와 초콜릿 맛이 연상되는 부드럽고 드라이한 스타우트이다. 미노 맥주 페일 에일은 홉의 향과 쓴맛이 특징인 미국식 페일 에일이고, 미노 맥주 바이젠은 밀 맥아를 사용한 부드럽고 향긋한 독일 바이에른 스타일의 바이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맥주는 미노 맥주 W-IPA였다. 일본에서 W는 더블을 의미하는 기호로 사용하는데 W-IPA란 보통의 2.5배에 해당하는 맥아와 홉을 사용한 알코올 도수가 9%인 강한 에일이다.
미노 맥주는 또한 계절 한정 맥주로도 유명하다. 계절 한정 맥주의 레이블은 레귤러 맥주의 레이블과는 확연히 다르다. 계절 맥주의 레이블에는 원숭이가 술잔을 쥐고 앉아 있는 일러스트를 볼 수 있는데 매우 익살스럽게 느껴진다. 이 원숭이는 바로 미노 시에 있는 국립공원의 야생 원숭이이다. 이 야생 원숭이들은 관광객의 과자를 빼앗아 먹기도 하고 사람의 집에 침입하거나 기념품 가게를 털기도 하여 매우 골칫거리가 되었는데, 미노 맥주는 이 원숭이를 골칫거리로 보기보다는 다른 원숭이들보다 조금 장난이 심한 정도의 짓궂은 녀석으로 해석한 듯하다. 계절 한정 맥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역에서 수확한 유자를 원료로 한 유자 맥주이다. ‘유즈 화이트’라고 하는 이 맥주는 벨지안 효모 특유의 복잡한 풍미와 지역 유자의 상쾌한 향기가 조화롭게 어울린 벨지안 위트 비어이다.
미노 맥주는 병맥주로 출시되어 일본 전역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생맥주를 마시려면 역시 직영점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오사카에는 미노 맥주 직영점이 3군데 있다. 그중 미노 맥주 본사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는 직영점 미노 맥주 WAREHOUSE에서 갓 만든 맥주와 맥주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오사카 공항에서도 가까워 오사카에 들어오거나 오사카에서 나갈 때 한번쯤 가볼만하다. 그밖에 오사카 시내 중심부에는 도톤보리가 있는 난바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BEER BELLY가 있다. 이 곳은 공장에 직송되는 미노 맥주 10종류와 영국 스타일의 캐스크에 제공되는 리얼 에일 2종류를 판매한다. 이 밖에 오사카에는 직영점 BEER BELLY TENMA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노 맥주 홈페이지를 소개해 볼까 한다. 미노 맥주는 홈페이지는 맥주만큼이나 섬세하고 익살스럽다. 특히 페이지를 로딩할 때 나오는 일러스트는 화면에 맥주를 서서히 채우면서 원숭이가 그려진 병맥주 뚜껑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데 이것이 더욱 맥주를 갈망하게 만든다.
* 제목 및 본문 사진 출처 : 미노 맥주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