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에서 종이로 도끼를 만들다가 테이프를 찾으러 날개 책상에 갔을 때였다. 날개는 마을 이웃이기도 하고 아동센터 선생님이기도 한데, 난 선생님이라고 안 하고 그냥 날개라고 부른다. 날개가 책상 서랍 안에서 테이프를 꺼내 건네주다가 아, 하고 말했다.
"드디어 하진이만의 방이 생겼다며. 축하합니다. 이제 그럼 혼자 자는 건가요?"
날개는 꼭 마이크를 쥔 듯이 말하고, 마이크를 건네주는 듯 물어본다고 엄마가 말했었는데 난 그 말이 이제 딱 공감이 됐다. 옆에 있는 형들이 나를 일제히 홱 쳐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네! 당연하죠."하고 우렁차게 대답했지만 사실은 한 번도 혼자 자는 것에 성공해 본 적이 없다. 불을 켜고 자도 된다고 엄마가 말했지만 난 5분도 혼자 누워 있기가 힘들었다. 자꾸 무서운 귀신 생각이 나서다.
어떻게 혼자 잘 수 있지?
우리 마을에서 내가 제일 자주 놀러 가는 곳은 4학년 선우 형네 집이다. 선우 형 방에는 컴퓨터가 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물건도 많고 침대도 내 것보다 훨씬 크다.
"선우 형. 몇 살 때부터 혼자 잤어?"
"나? 한 2학년 때."
"안 무서웠어?"
"아 나도 처음엔 그랬는데 점점 괜찮아졌어."
그리고 선우 형은 목소리를 낮춰서 비밀을 얘기해 주었다. 모두가 잠든 밤에 혼자서 몰래 게임을 실컷 해 본 적이 있다고 말이다. 나도 그럴 수만 있다면 혼자 자는 것도 꽤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한 번 그래 보자고 마음먹었다. 선우 형은 스마트폰이 없지만 난 스마트폰이 있다. 충전을 미리 해 두고 이불속에서 게임을 하면 엄마한테 들키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집에 와서 엄마한테 실수로 내 계획을 얘기해 버렸다.
"아 선우가? 푸하하하. 하진아, 너도 그러고 싶어?"
"응!"
"아, 엄마도 어렸을 때 그런 적 있었어. 할머니가 게임 시간에는 엄격했거든. 그래서 게임을 더 하고 싶었지. 근데 말야, 자꾸 졸리기도 하고 혼자 깨어 있는 것도 조금 무서워서 한 번밖에 못해보긴 했어."
"난 게임하면 안 무서워. 그리고 안 졸려."
오, 그러면 오늘부터 혼자 자는 건감? 하고 엄마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아니. 오늘 말고 나중에 그렇게 해 볼 거야."
엄마는 큭큭큭 웃으며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내 머리를 꼭 안으면서 머리카락을 쩝쩝 먹는 시늉을 하다가 혼잣말을 하듯 물었다.
"아직 아가지?"
엄마가 그렇게 말할 때면 내 입꼬리가 우물우물 춤을 춘다. 좋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기분이라서 그런 것 같다. 난 분명 하윤이처럼 어리지도 않고 내 방이 있기도 하지만 엄마랑 같이 자는 게 더 좋다. 그거는 내 취향이다. 언젠가는 혼자 자게 될 거지만 그냥 지금은 아닌 것뿐이다.